최근 환율이 급락해 수출마저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환율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환율도 일종의 가격입니다. 외국돈의 가격이 환율이죠. 원화로 표시한 외국돈의 가격, 즉 달러와 우리 돈의 교환비율이 환율입니다.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상대적 크기에 의해 결정되듯 환율도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달러의 수요가 늘면 환율이 올라가고, 공급이 늘면 환율이 떨어지는 것이죠.
달러의 공급은 언제 늘까요.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수출이겠죠. 수출이 늘어 달러를 많이 벌어들일수록 외환시장에 달러가 넘쳐납니다. 반대로 우리가 외국 상품을 많이 사다 쓰면, 즉 수입을 많이 하려면 달러가 필요하니 달러 값이 올라, 가령 1달러에 1,000원 하던 환율이 1,200원으로 오르는 것이죠. 수출은 외국에서 우리 물건을 사주는 것이니 외국경제가 잘 될수록 늘어나게 되고, 반대로 수입은 우리가 외국 물건을 사는 것이니 한국경제가 침체되면 수입이 줄게 됩니다. 이렇게 볼 때 현재 우리의 경상수지(수출액-수입액)가 흑자인 것이 사실은 외국경제는 괜찮은 반면, 한국만 침체에 빠져있음을 나타냅니다.
환율제도에는 일정한 환율을 정부에서 정하고 모든 국제거래를 이에 준하게 하는 고정환율제도, 외환시장의 수요·공급에 맞춰 자유롭게 환율이 움직이도록 놔두는 변동환율제도가 있습니다. 고정환율제도에서 정부가 환율을 높여 새 환율을 고시하는 경우를 평가절하라고 하는데, 변동환율제도하에서도 환율이 시장에서 오르는 경우를 평가절하라고 하기도 합니다. 한국은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죠. 이 제도에서는 수출이 수입보다 많으면, 수입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필요한 달러의 양 보다 수출에서 벌어들이는 달러의 양이 많아 수요·공급에 의한 가격 결정 원리에 따라 달러화가 싸지게 되고 원화는 평가절상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1달러가 1,200원하다가 1,100원으로 되는 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외국상품의 원화 표시 가격이 싸져서 수입이 늘기 시작하고, 그 반대로 비싸진 우리 상품은 해외에서 덜 팔리게 되어 흑자가 줄어들게 되죠. 이처럼 원화 가치가 올라가는 평가절상은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를 정부가 개입해 반작용을 가하면 환율 조작국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됩니다. 최근 한국 정부가 환율이 너무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사들였는데, 이는 그나마 현재 한국경제를 버티고 있는 수출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값이 조금만 올라도 외국에서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그 나라 상품이 싸구려 저가품이라는 것입니다. 환율이 떨어져 외국에서 값이 비싸져도 계속 잘 팔리는 차별화한 고급상품을 만들어야 선진국입니다. 외국에 헐값으로 넘겨야 팔린다느니, 그래서 수출이 채산성이 없느니 하는 이야기가 80년대에 많이 듣던 이야기인데 우리가 아직도 이런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바로 우리가 아직 선진국이 되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1인당 소득 2만 달러는 환율이 지금보다 낮아지면 더욱 빨리 달성될 수 있습니다. 90년대 말에 우리가 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환율이 달러당 800원대까지 내려갔기 때문이죠. 어쨌든 지금 우리가 경상수지 흑자라는 것은 별로 자랑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창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정부 개입에 의한 환율 유지에 힘입은 수출에 연명하고 있어서는 2만불 달성은 요원하기만 한 일입니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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