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 중도·보수파 의원들이 1일 국회에서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을 공식 출범시키면서 여권 내 이념 분화가 가속화할 지 주목된다. 당장은 국회 파행의 해법을 놓고 지도부 및 개혁파와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상 여권의 최대 화두인 ‘개혁’에 관한 입장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안개모는 이날 의원 28명이 참석한 가운데 발족식을 열어 국회 국방위원장인 유재건 의원을 회장으로 추대하고, 안영근 조배숙 의원을 공동간사로 선출했다. 또 운영위원에 박상돈 신학용 심재덕 정의용 조성태 의원을 임명했다.
발족식에서 참석자들은 "당론이 결정된 후에는 무조건 수용하고 지도부를 돕겠다"(유재건 회장), "일각에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을 인용해 자꾸 당내 갈등으로 몰고 가려 한다"(안영근 의원)는 등 안개모 출범이 보혁 갈등설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386 의원모임인 ‘새로운 모색’ 소속 송영길 의원을 초청해 축사를 들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우리당 내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여권 내부의 이념적 분화가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안개모가 정치권 이념논쟁의 핵심축인 국가보안법 개폐 논의를 계기로 태동했다는 점 때문. 이 같은 시각은 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을 주축으로 한 ‘일토삼목회’ 등이 경제분야에서, 안개모가 정치·사회분야에서 보수층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면서 공동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으로 이어진다. 유 회장도 "안개모가 당장 전당대회에 출마하지는 않겠지만 몸집이 더 커지면 나갈 수도 있다"고 말해 세력화에 적극 나설 것임을 내비쳤다.
이 때문에 안개모에 대한 개혁파의 공세는 수위가 상당히 높다. 참여정치연구회의 한 의원은 "한나라당의 색깔론 도발로 초래된 대치상황에서 무조건 양보를 강조하는 것은 당을 균열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도부의 고민은 보다 현실적이다. 원내대표단 관계자는 "당내에 건전한 비판 세력이 존재하는 것 자체는 권장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국회 파행의 와중에 당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른 목소리를 강조하는 움직임이 부각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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