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지역의 잿빛 구름이 걷히고 있다. 공장, 매연 등 회색 빛깔 언어로 표현되어 온 구로구에 녹색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지역 곳곳에 녹지시설이 풍성하게 마련되고 7급수로 죽어가던 안양천의 수질은 어느새 4급수로 신분을 상승해 생명의 회귀를 기다리고 있다.구로구 ‘푸른 혁명’의 선봉은 사실상 서울시내 처음으로 들어설 수목원. 이 녹지공간은 2008년까지 항동 10의 1 일대 40여만 평에 조성된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추진중인 ‘1동1공원’ 사업에 가리봉2동 은일정보고 부지가 첫 케이스로 선정됐다. 개웅산과 와룡산 자락에는 시민공원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과거 ‘쪽방’ 밀집지역의 오명으로 불리던 이곳에 뿌려진 자연의 씨앗이 열매를 예고하고 있다.
◆ 수목원, 녹지시설 최하위 오명 벗는다
작년 기준으로 구로구의 인구 1인당 녹지시설면적은 0.77㎡.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최하위다. 서울시 평균은 13.21㎡. 구로구의 14배 수준이다.
3단계로 나뉘어 개발될 항동수목원에는 총 718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서울시에 유일한 홍릉 수목원이 일반인들의 휴식을 위해서라기보다는 학습·실험이 주목적인 것을 감안하면 항동수목원은 시내 첫 수목원인 셈이다.
산림ㆍ식물원지구, 습지지구, 입구광장 등으로 나뉘어 꾸며질 항동수목원에는 ‘사색의 숲’ ‘휴양의 숲’ 등 삼림욕장이 들어서고 목본원, 묘표장, 온실 등이 꾸며진다. 곳곳에 학생들을 위한 자연학습장들도 만들어지게 된다.
이덕재 구로구 공원녹지과장은 "항동 수목원이 완공되는 2008년에는 구로구의 녹지시설 면적이 자치구 중 10위권 이내로 진입할 것"이라며 "북한산국립공원이 전체 면적의 절반가량인 도봉구 등에 버금가는 녹지환경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풍광 손대지 않은 자연공원 속속 들어서
개봉2·3동과 오류2동에 걸쳐있는 개웅산은 등산로를 제외하면 변변한 편의시설 하나 없는 ‘초록 불모지’이다. 12만평에 달하는 녹지가 펼쳐져 있지만 그동안 시설투자가 ‘전무’해 주민복지에 일조한 바가 없다는 말이다. 구로구는 이곳에 배구, 농구, 배드민턴장과 다목적 운동장 등 체육시설을 설치하고 전망휴게소를 만들어 근린공원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391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선을 보이게 된다.
주부 나성연(29·오류2동)씨는 "주변에 개웅산 등 산책할 만한 곳이 많지만 조명시설, 운동기구 등이 마련돼 있지 않아 선뜻 나설 수가 없었다"며 "이곳이 근린공원으로 조성되면 휴일마다 등산을 가기 위해 먼 곳까지 나갈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반가워했다.
지하철 온수역 인근 궁동저수지에는 수변생태를 한 눈에 관찰할 수 있는 생태공원도 내년 말까지 조성된다. 39억8,000만원이 투입되는 이 생태공원에는 진입광장, 담수연못, 나무교, 야외교실, 어린이놀이터, 정자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연못 주변에는 버드나무, 상수리나무, 단풍나무 등 습지에 잘 자라는 다양한 초목이 무성하게 심어진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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