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6시 서울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라이브패스트 2004’ 콘서트가 주최측의 막무가내식 진행 끝에 취소되면서 관객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7,000여명의 관객들이 밤늦게까지 공연장에 남아 "즉시 공연을 시작할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데 이어, 1일 인터넷에도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비, 보아, 신화, JTL 등 톱 가수들이 출연하기로 되어 있던 공연에 외국 관광객까지 불러들인 상황이어서 국제적 망신까지 당했다.
사건의 발단은 음향·장비 업체가 대금 지급이 늦어지는 데 불만을 제기하며 공연준비 도중 철수해 버리면서부터. 사태수습에 정신이 팔린 기획사(에이븐기획)측은 그라운드 좌석에 번호표 배정도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객을 입장시켰고, 결국 좌석을 차지하지 못한 500여명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시간 정도 지난 뒤 혼란은 일단 진정 됐으나, 음향 기기 준비가 마무리 되지 않아 공연이 불가능했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매니저들이 가수 보호차원에서 공연을 취소했다.
문제는 수익성을 제대로 예측하지도 않고 뛰어든 기획사측의 무책임한 대응. 에이븐기획은 종합운동장 같은 큰 공연장에서의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단 유명 가수만 불러 놓으면 표는 저절로 팔릴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의외로 예매가 부진했다.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공연에는 3만~4만명의 입장이 가능하지만 이날 판매된 유료티켓은 7,000여장에 불과했다. 게다가 기획사측은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중·고등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서울 일대 학원에 표를 싸게 넘겼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경찰은 "에이븐기획측이 실제로 공연을 준비했고, 또 환불을 약속했기 때문에 ‘사기’로 볼 수 없다"며 "환불이나 기획사와 하청업체간의 문제로 고소, 고발이 없는 한 조사나 수사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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