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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코미디화 된 드라마에 우리 드라마의 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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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코미디화 된 드라마에 우리 드라마의 현실이

입력
2004.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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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일요일이 좋다’의 ‘대결! 반전 드라마’ 는 형식보다 제목이 더 새롭게 느껴진다. 시츄에이션 코미디는 10여년 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이휘재의 인생극장’ 이후 오락 프로그램에 곧잘 등장했던 아이템. 달라진 것은 ‘드라마’라는 간판을 달았다는 점이다.물론 ‘반전 드라마’는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과거의 유사 코너들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에피소드는 대개 ‘파리의 연인’ ‘스캔들’같은 히트작을 패러디한 것이며, 에릭이 나온 ‘연인’은 아예 영화 ‘첩혈쌍웅’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 또 ‘반전’이라는 것도 극적 긴장감을 기대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코너가 현재 한국의 드라마들이 무엇으로 사는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반전 드라마’는 희극과 비극을 정확하게 반으로 나눈다. 먼저 코믹한 첫 번째 에피소드에는 개그맨들이 등장해 분위기를 띄운다. 비극이 등장하는 두 번째 에피소드에는 에릭, 비 같은 청춘스타를 캐스팅 한다. 또 비극 편에는 어김없이 한 번 이상의 멋진 액션신이 들어가고, 주인공의 운명은 거의 비극으로 끝난다. 초반에는 진부하나마 사람을 가볍게 만들어주고, 다시 비극으로 감정적인 포만감을 느끼게 하며, 허술한 스토리는 스타 캐스팅과 액션신으로 그럴 듯하게 감싼다. 완성도와는 별개로 끝까지 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실제 드라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스타 캐스팅, 초반의 코믹한 전개, 후반부의 비극, 그리고 액션이든 베드신이든 적당히 삽입되는 자극적인 영상. ‘반전 드라마’는 현재 한국 드라마들이 얼마나 전형적인지, 또 시청자들이 그것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는지 보여준다.

굳이 SBS가 금요일 밤 2회 연속 방송하는 ‘아내의 반란’으로 기존 편성 틀에 ‘반란’을 일으킨 것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현재 한국의 TV는 거의 모든 것들이 ‘드라마화’하고 있다.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실제 취재 대신 재연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KBS2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같은 프로그램도 언젠가부터 다른 드라마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전문배우들의 연기로 구성된 재연만을 방송한다.

방송사는 끝없이 드라마를 만들고, 시청자는 끊임없이 드라마를 본다. 그리고 ‘반전 드라마’는 아시아를 휩쓴 한국 드라마의 영향력이 드디어 쇼 프로그램까지 함락시켰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드라마들 중에 얼마나 뻔한 것들이 많았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한국 드라마는 반전조차도 예상 가능한, 그리고 그 기대치를 벗어나지 않아야 흥행할 수 있는 장르인지도 모른다. 몇몇의 독특한 예외를 제외하고, 현재 드라마들이 드라마 바깥의 또 다른 드라마들과 차별화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유재석이 드라마에는 안 나온다는 것?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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