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50여개 국가에서 400조원을 운용하고 있는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캐피탈그룹이 국내 우량기업의 지분을 ‘문어발식’으로 인수하고 있다. 캐피탈그룹은 9~10월 현대자동차 지분을 5% 이상 추가 매입해 최대주주 자리를 위협하는 등 지금까지 5조8,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우량기업만 28개사나 된다.◆ 현대차 최대주주 지위 근접
캐피탈그룹 계열 투자사인 ‘캐피탈 리서치 앤 매니지먼트 컴퍼니’(CRMC)는 1일 현대차 보통주 1,106만40주(지분 5.07%)를 새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특히 9~10월 중에 612만1,310주(2.84%)를 주당 5만3,000~6만170원에 집중 매입했다.
캐피탈그룹은 2002년 4월에도 계열사인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인코포레이티드’(CGII)를 통해 현대차 지분 5.61%를 취득해 총 10.68%를 확보하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최대주주인 현대모비스 지분율(11.5%)에 바짝 다가섰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특수관계인 등 우호지분을 포함할 경우 현대차 지분 20.86%를 확보하고 있어 당장 경영권에 위협을 느낄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동원증권은 "캐피탈그룹이 9월 현대차 최고경영진과 면담한 뒤부터 이번 총 매입분의 55.3%를 집중 매입했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캐피탈그룹처럼 세계적인 장기 투자기관의 ‘러브 콜’은 현대차 주가를 한 단계 도약 시키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 5% 이상 지분소유 우량기업 28개
캐피탈그룹이 지분을 5% 이상 소유한 국내 우량기업은 현대차를 포함, 신한금융지주, 부산은행 등 28개 업체. 이들 기업에 투자한 총 투자금액은 5조8,000억원이 넘는다. 이는 국내 기업에 지분 5% 이상을 투자한 외국투자기관의 총 투자금액 19조3,000억원의 30%에 해당한다. 외국인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기업은 2003년말 124개사에서 올해 10월30일 현재 150개사로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조사대상 상장사(665개사)의 22.56%나 된다.
외국투자자들이 국내 우량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상태인 국내 우량기업에 대한 외국투자기관의 장기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며, 한국 증시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인천대 무역학과 이찬근 교수는 "SK의 경우처럼 다국적 투자기업의 투기적 투자를 막기 위해서는 일정 비율 이상 지분 매입시 투자목적을 자세하게 밝히게 하는 등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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