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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망신당한 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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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망신당한 관광공사

입력
2004.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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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관광객이 예상보다 적어서 오히려 다행이네요."지난 달 31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라이브 패스트 2004’ 공연이 무산되자 행사 후원을 맡았던 한국관광공사 관계자가 농담 삼아 한 빈약한 변명이다.

언제부터인가 관광공사는 아시아 지역의 한류열기를 한국여행으로 확산시키는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의 후원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보아를 비롯, 신화, JTL 등 국내 정상급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는데다, 국내 유수의 여행사와 일본 최대의 여행사가 일본 관광객 모객을 맡고 있어 일본의 한류열풍을 이어나가는 최적의 행사라고 판단한 것이다.

판단은 잘못됐다. 1,000명으로 예상했던 일본인 유료관람객은 17명에 불과했고, 이후 초대권을 남발했음에도 예상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공연내용을 조금이라도 세밀하게 검토했더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는 것이 관련업계의 견해이다.

일본의 한류열풍은 ‘겨울연가’를 좋아하는 40~50대 아줌마들이 주도하고 있고, 젊은 층의 반응은 의외로 덤덤한 편이다. 이번 공연은 분명 10~20대를 위한 것이다. 항공권과 체류비, 입장권 등을 합쳐 한화로 100만원 이상 드는 이 공연을 몇 명의 일본 젊은이들이 찾을 것인지는 답이 나와있던 터였다.

관광공사는 올해 초 탤런트 ‘최지우와의 만남’을 내세운 한류관광상품을 후원했다가 여행사와 매니지먼트사의 마찰로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행사진행과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발생한 관재(官災)였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관광공사가 호박넝쿨처럼 뚝 떨어진 한류 노다지에 정신이 혼미해져 어설픈 후원을 남발한다면 한류열풍은 물론 한국관광에도 누를 끼칠 수 있다.

관광공사는 ‘한류관광공사’가 아니다. 이 나라 관광을 대표하는, 그래서 국가의 이름을 당당하게 앞에 붙인 한국관광공사이다.

한창만 생활과학부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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