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고도 피지를 떠날 때 손에 쥔 것은 단돈 500달러. 투어 경비를 대기 위해 브루나이의 골프클럽에서 한 차례 레슨으로 받은 수당은 10달러. 그러던 그가 미국프로골프(PGA) 사상 최초로 ‘1,000만불의 사나이’가 됐다. 인종차별과 무명의 설움을 딛고 땀과 혼으로 쌓아올린 불멸의 금자탑이다.비제이 싱은 1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팜하버의 웨스틴이니스브룩골프장(파71·7,230야드)에서 열린 크라이슬러챔피언십(총상금 50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6언더파 65타를 쳐 합계 18언더파 266타로 우승컵을 안았다. 우승상금 90만 달러를 보탠 싱은 시즌 상금 1,072만5,000달러(약 120억원)로 투어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2위인 필 미켈슨(미국·567만2,000달러)과는 2배 가까운 차이. 최근 타이거 우즈(미국)의 단일 시즌 최다 상금 기록(2000년·918만8,000달러)을 훌쩍 넘어섰던 싱은 우즈의 한 시즌 9승 기록(2000년)도 뛰어넘을 채비를 갖췄다. 싱이 마지막 대회인 투어챔피언십에서 1승만 더 보태면 1950년 샘 스니드(미국·11승) 이후 반세기 만에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는 또 하나의 위업을 이루게 된다.
새로운 골프제국을 건설하고 있는 그의 기세를 아무도 꺾지 못했다. 예스퍼 파르네빅(스웨덴)과 토미 아머 3세(미국)가 추격전을 펼쳤지만 각각 3타와 2타를 줄이는 데 그치면서 5타 뒤진 공동 2위에 오르는 데 만족해야 했다. 18언더파는 2002년 최경주(34·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가 세웠던 대회 최저타(17언더파)를 1타 경신한 신기록. 그린적중률(79.1%) 1위, 홀당 평균 퍼팅수(1.649개) 2위,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297.6야드) 2위 등 3박자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결과다. 싱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승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나상욱(20·엘로드)은 공동 13위(7언더파 277타)로 경기를 마감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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