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는 주한미군 장병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한국군들만 경비를 서고 있었다. 눈에 띄는 외국인은 관광객 안내와 행정업무를 맡은 미군 몇 명뿐이었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미군이 맡아오던 판문점 JSA 경비임무가 이날 0시부터 반세기만에 사실상 한국군으로 완전히 넘어온 것이다.JSA 내 작전 임무를 책임지는 유엔군사령부측 미군 대대장인 콜 슈나이더(40) 중령은 "한미간의 ‘군사임무전환에 대한 이행계획’에 따라 지난 7월부터 한국군 대대에 JSA경비 업무를 이관하기 시작해 이날부터 완전히 넘겼다"며 "한국군이 자국 방위를 위해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하는 상징적 사례"라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그동안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미군 개입지역이었던 최전방초소(GP)에서 미군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판문점 오른쪽 산 위에 설치된 241GP는 김훈 중위 타살 논란이 벌어진 곳으로 미군들이 ‘가드 오울렛’으로 불렀던 곳. 이곳에는 한국군과 미군 1개 스카우트(수색정찰팀)가 5시간 단위로 교대 근무해왔지만 이날부터 한국군이 맡게 됐다. 이에 따라 155마일 휴전선 전지역 DMZ의 경비책임을 한국군이 전담하게 된 것이다.
동행한 한미연합군사령부 관계자는 "그동안 가드 오울렛에 미군이 근무함으로써 사실상 인계철선(한반도 위기상황 발생 때 주한미군의 자동개입선) 역할을 해왔다"며 "이번 경비권 이관으로 DMZ내 미군 인계철선이 완전히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가드 오울렛 반대편 판문점 왼쪽에 자리잡은 콜리어 초소(240 GP)는 이미 91년 한국군으로 경비권이 넘어왔다.
판문점 JSA의 경비권 이관으로 그동안 소령이 맡아오던 한국군 부대대장도 중령급으로 격상됐다.
유엔군 산하 JSA경비대대 부대대장 겸 한국군 경비대대장인 심동현(41) 중령은 "기존 500여명의 경비 병력에 200여명의 최정예 장병을 추가로 투입하고 최신 장비로 무장했다"며 "정전협정 체제를 확고히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은 180여명이던 주한미군 JSA 경비병력을 철수하면서 지난달 31일 낮 12시 간단한 이양식을 가졌으며 경비대대장과 관광객 안내요원 등 40여명만 남겨 한국군과 미군간 연락업무 등을 담당하게 했다.
JSA는 당초 군사분계선이 그어지지 않아 남북한 경비병과 민간인들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었으나 76년 8월18일 북한군에 의한 ‘도끼 만행사건’이 터진 후 충돌 방지를 위해 분계선이 설정되고 이를 경계로 양측이 각각 분할 경비를 맡아왔다.
판문점=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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