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가 그 동안 제조업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해외투자에 발벗고 나섰다. 베이징과 도쿄에 연구법인을 만들어 입체적인 연구결과를 생산하고, 현지에서 ‘지식정보’ 사업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2~3년 내 아시아의 가장 권위 있는 싱크 탱크가 되겠다는 야심찬 전략이다.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은 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글로벌 전략 발표 및 영문 홈페이지 오픈 설명회’에서 "한중일은 2010년 내 단일경제권으로 통합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동아시아 경제권의 최고 싱크탱크가 되기 위해서는 중국·일본 지식시장에 확고한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선 중국부터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내년 베이징에 연구법인을 설립, 현지 리서치는 물론 컨설팅, 정보서비스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중국 현지의 우수인력도 채용하고 한국기업은 물론 중국기업, 중국정부를 대상으로 컨설팅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 소장은 "2년 내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6년에는 도쿄에 연구법인을 낼 예정이다. 현재 국내 연구기관 가운데 해외 사무소를 낸 곳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베이징사무소가 유일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한중일 지식 네트워크의 한국 대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또 1일 영문 사이트(SERIworld.org)를 열어 국내 경제·경영 현황, 통계, 뉴스, 연구보고서, 북한 정보 등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고경영자 인터뷰와 국내 트렌드도 동영상으로 싣는 등 미디어 기능도 한다는 계획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별로 없는 현실에서 한국 정보에 관한 한 ‘관문’ 역할을 하겠다는 것. 중국어 사이트(SERIchina.org)는 내년 3월, 일어 사이트(SERIjapan.org)는 2006년에 문을 열 예정이다.
정 소장은 "삼성경제연구소의 글로벌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동아시아 경제권에 대한 독창적 아이디어와 정보를 세계 지식시장에 발신(發信)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중일 경제권의 지식정보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세계적 싱크 탱크가 되겠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삼성의 경영신화, 한류열풍, IT성공의 비결 등 한국적 지식정보 뿐 아니라, 동아시아경제통합 등 세계적 이슈를 한중일 현지에서 입체적으로 연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향하는 모델은 그러나 미국의 해리티지 재단이나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은행의 리서치센터 등과 좀 다르다. 정 소장은 "해리티지 재단이 참여연대와 같이 일종의 시민단체(NGO) 성격이라면 맥킨지는 컨설팅이 주력"이라며 "삼성경제연구소는 경제분석과 경영컨설팅, 정책제언, 사회문화 트렌드 등을 총괄하는 한국적이지만 세계적 싱크 탱크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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