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결과를 족집게처럼 맞춰온 징크스들을 모두 모아도 이번 만큼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징크스들이 잇따라 나타났지만, 반대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유리한 징크스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가 31일자 사설에서 "승부 예측이 어려우니 참고하라"고 권한 ‘신통력’있는 징크스들의 판세를 점검해본다.
◆ 케리 승리 징조 =31일 케리 진영은 환호에 휩싸였다. 미국 프로미식축구(NFL)의 워싱턴 레드스킨스팀이 이날 홈경기에서 14대28로 참패했기 때문.
레드스킨스의 대선 전 마지막 홈경기 승패는 80여년간 대선 승부 예측의 바로미터가 됐다. 이 팀이 워싱턴에 자리잡은 1933년 이후 17번의 대선에서 ‘레드스킨스 패배 = 현직 대통령 낙마’라는 공식이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다.
케리는 성명까지 내보내 "이 보다 더 짜릿한 소식은 없다"며 "미국은 이런 좋은 전통을 꼭 이어가야 한다"고 기뻐했다.
이에 앞서 매사추세츠 출신 케리에게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길조가 있었다. 레드삭스 모자를 쓴 케리는 ‘밤비노의 저주’가 걸리기 전 레드삭스가 정상에 올랐던 1912, 16년 대선 때는 민주당이 이겼다는 신종 징크스도 퍼트리고 있다.
100년 전통의 ‘다우지수 점(占)’도 케리 편. 10월 다우지수 하락폭이 0.52%였는데 1904년 이후 두 번만 빼곤 10월 다우지수가 0.5% 이상 떨어지면 현직 대통령이 모조리 재선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 부시 승리 징조= 부시가 믿는 것은 할로윈 가면의 신통력. 1980년 이후 6번 대선에서 할로윈 가면이 많이 팔린 후보가 이겼는데 이번엔 부시 가면 판매량이 더 많다는 것.
또 부시의 최고 선거 참모인 칼 로브는 31일 레드스킨스 패배 소식을 "위클리 리더"라는 한 마디로 일축했다.
교육신문인 ‘위클리 리더’가 지난달 25일 미국 청소년 33만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부시가 49개 주를 석권하며 케리에 65대 35로 압승한 것. 이 조사 역시 1956년 이후 12번 대선 중 11번을 맞춘 놀라운 정확도를 자랑한다. 로브는 "이게 (레드스킨스 징크스보다)더 과학적"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전통은 짧지만 아내의 손 맛으로 본 대선 결과도 부시의 우세다. 지난달 여성잡지 ‘패밀리 서클’의 ‘2004 대선 후보 부인 요리경연’에서 로라 부시의 초콜릿 쿠키가 테레사 하인즈 케리의 호박 쿠키를 눌렀다. 요리 경연 승자의 남편은 1992년 조사 시작 이후 모두 승리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보호무역·외교마찰 우려 각국 지도자들 "부시 부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아시아와 유럽은 물론 이란과 중국 등의 정상 및 정치지도자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러시아, 일본, 이란, 싱가포르 등의 지도자로부터 이미 지지 의사를 전달 받았고 중국, 인도, 멕시코,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도 조용히 부시의 승리를 지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일반국민의 여론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9월초 여론 조사기관 글로브스캔사가 35개국 3만4,000명을 대상으로 두 후보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30개국 국민들은 2대1의 비율로 케리 후보를 선호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러나 정치지도자들이 부시 당선을 선호하는 속셈은 제각각이다. 상당수 지도자들은 케리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부시 때 보다 강도 높은 보호주의적 무역 조치가 전개될 것으로 우려했다.
케리는 최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북미 국가들에 대한 협상조건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 멕시코를 경악시켰다. 북핵 6자 회담에 나선 일본도 케리가 주장하는 북·미 양자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 총리는 최근 개인적으로 부시에 호감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FTA를 체결중인 태국 역시 케리 행정부가 들어서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는 "개인적으로 보호무역주의자 보다는 자유무역주의 정책을 주도할 지도자가 승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근 "테러리스트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부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러시아측은 또 케리의 외교정책이 클린턴 행정부 때 같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구권 확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부담스럽다. 이란의 최고국가안보위원회의 핫산 로화니 의장도 "공화당이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중국도 부시 행정부와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케리 후보가 무역 역조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마저 은근히 부시를 지지했다. 그 이유는 부시가 재집권해야 반작용으로 EU의 결속력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상·하원 선거는 공화가 우세 민주 거물 대슐의원 연임 여부에 관심
2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미국 상·하원 및 주지사 선거는 공화당이 다수당의 아성을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 굳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현역의원이 강세를 보여온 미국 의회 선거의 특성상 다수당이 뒤바뀌려면 현역의원이 출마하지 않는 ‘개방의석(open seat)’이 많아야 하는데 이번 선거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공화당이 50년 만에 다수당을 탈환했던 1994년 하원 선거의 경우 이 같은 개방의석이 108석에 달했으나 이번은 29곳에 불과해 민주당이 아무리 선전한다 하더라도 다수당 탈환이란 측면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의석 구도는 상원은 전체 100석 중 공화당이 51석 민주당이 48석, 무소속 1석이고 하원은 435석 중 공화당 229석 민주당 204석 무소속과 공석이 각각 1석이다. 주지사는 전체 50명 중 공화당이 28명 민주당이 22명이다.
2년마다 3분의 1을 새로 뽑는 규정에 따라 34석이 걸린 이번 상원선거는 격전지로 분류되는 사우스 다코타, 노스 캐롤라이나, 사우스 캐롤라이나,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알래스카, 켄터키, 오클라호마, 콜로라도 등 9개 주가 승부처이다.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빼앗으려면 이중 최소 7개 주에서 승리해야 하나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관심은 민주당 상원 지도자인 톰 대슐이 자신의 지역구인 사우스 다코타를 지켜낼 수 있을 지에 집중돼 있다. 민주당 거물인 대슐 의원이 공화당 존 튠전 하원의원으로부터 예상외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이 지역은 양당의 자존심까지 걸려 사활을 건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만약 대슐이 패한다면 18년간 의석을 지켜온 본인은 물론 민주당으로서도 지도부가 붕괴될 수 있는 큰 충격이다.
전체 의석을 모두 뽑는 하원은 30개 정도가 접전지역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공화당이 기존 의석에서 추가되거나 상실할 의석이 3석 미만에 그칠 것이라고 보도해 이번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최소 20석 이상의 우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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