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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머리가 세어 버린 아이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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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머리가 세어 버린 아이의 가족

입력
2004.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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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길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차가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드는 한 아이가 있다. 가끔 학교 갔다오는 길에 배가 고프면 먹을 것 좀 달라고 다가서기도 한다. 작년에 비해 갑자기 덩치도 커지고, 머리도 하얗게 세어 버린 것이 아마도 빨리 늙어가는 선천적인 병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 역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엔 정신적으로 많이 부족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늘 행복하다.5일마다 열리는 시골장날. 어김없이 그 안에 그들이 해맑은 웃음으로 함께 한다. 아빠는 장을 다니며 재활용거리를 자전거에 싣고, 엄마는 야채 전에 버려진 푸성귀들을 주워 머리에 한 짐 이고, 아이는 한 손에는 먹을 것을 들고 아빠와 엄마 사이를 오가며 큰 도움이나 되는냥 으쓱해 하며 바쁜 걸음을 옮기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정신장애인이지만 그들은 결코 ‘장애 가족’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참으로 행복을 나누는 소중한 가족임에 틀림없다. 사회가 변하고 시대상황이 급격하게 변화되는 현실 속에서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의 가족에서 담당했던 자녀양육문제, 결손가정·맞벌이가정의 자녀양육이 이제 더 이상 한 가정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그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학교나 종교, 또한 이 사회가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 급변하는 사회에서 야기되는 가족문제를 폭 넓게 끌어안아야 한다.

가정이 붕괴되고 그 안에서 가족의 진정한 의미가 상실되어가는 이 시대에 세 사람이 장애인수용시설이 아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임성윤 원불교 안강교당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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