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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빈 라덴과 ‘10월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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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빈 라덴과 ‘10월 충격’

입력
2004.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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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을 좌지우지할 돌출사건이 10월에 생긴다는‘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 10월의 충격)'가 정치 용어로 굳어진 것은 1980년 대선 때였다.당시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는 이란에 잡혀있던 52명의 미국인 인질에 대한 그 해 봄의 구출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것을 들먹이며 지미 카터 대통령의 무능을 비난했다.

그 이면에서 레이건의 러닝메이트인 아버지 조지 부시가 CIA와 결탁, 이란 정부와 인질의 석방을 대선후로 미루는 비밀 협상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은 12년이 흐른 뒤였다. 카터 정부의 인질 석방 협상이 성공을 거둬 레이건에게 유리한 국면이 일시에 뒤집히는 것을 막기위한 역공작이었던 셈이다.

올해 대선의 가장 큰 깜짝 변수로는 오사마 빈 라덴 관련설이 꼽혀왔다. 빈 라덴이 체포되거나 그에 의한 테러가 발생,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팽팽한 균형이 깨질 것이라는 가설이다. 미국과 파키스탄이 빈 라덴을 독 안에 몰아두고 체포의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는 음모설도 그럴듯하게 유포돼 왔다.

하지만 빈 라덴 서프라이즈는 부시나 케리 진영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찾아왔다. 빈 라덴은 피포(被捕)도, 테러 공격도 아닌 한 편의 테이프에 스스로의 모습을 담아 미국의 선거판을 흔들고 미국인들을 조롱하고 있다.

빈 라덴은 "미국의 안보는 부시나 케리에 달려있지 않고 여러분의 손에 달려있다"고 경고했다. 부시의 정부도, 케리의 정부도 아닌 미국과의 정면 승부만이 남아 있다는 게 그가 ‘테이프 공습'을 통해 전한 메시지이다. 누가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되든 테러와 대테러의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음을 알리는 예고편을 보는 듯 하다.

김승일 워싱턴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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