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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美대선/부시가 재선되면-케리가 당선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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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美대선/부시가 재선되면-케리가 당선되면

입력
2004.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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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가 재선되면-'선제공격' 세계안보 독트린 힘얻어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선제 공격으로 상징되는 그의 세계안보 독트린이 힘을 얻을 것이다. 사실 부시 독트린은 미 국내에서 확고한 여론의 공감대를 확보했음이 이번 선거전에서 입증됐다. 존 케리 후보 마저 TV토론에서 "미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해 동맹의 동의를 구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스타일의 변화는 꾀할 수 있다. 이라크 전쟁 추진과정에서 동맹국들이 등을 돌려 곤욕을 겪은 뼈아픈 경험 때문에 동의를 중시하는 쪽으로 전략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내용이 아닌 스타일의 변화일 뿐이다.

한미관계는 부시 집권 1기 때보다는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양국 관계를 껄끄럽게 했던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 주한미군 감축,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등은 이미 가닥을 잡아 양국이 마찰할 소지가 현격히 줄었다.

하지만 한미관계는 북한 핵 문제로 험난한 파도를 맞이할 수 있다. 미국은 향후 당분간 6자 회담의 틀을 유지할 방침인데, 최대 고비는 앞으로 열릴 4차 6자 회담이 될 것이다.

4차 회담은 미국이 3차 회담에서 밝혔던 대북 제안에 대한 북한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북한 핵 동결→3개월간 유예→한일의 대북 에너지 지원→본격적인 북한 핵 동결 절차 개시→미국의 북한 체제 안전보장’을 골자로 한 미국 제안에 대해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비교적 단시일 내에 북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할 가능성이 높다. 이후 미국은 군사적으로는 PSI(대량살상무기확대방지구상)훈련 등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이다. 한반도 정세는 극도로 냉각될 수밖에 없다.

다만 케리 후보가 집권한다고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중간 과정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귀착점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을 맞는다면 우리 정부는 북한에게 미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강조하고 설득해야 한다.

미국에 대해서도 북한 체면을 고려해 핵 동결 유예기간을 신축적으로 조정하고, 경수로 건설을 대체할 보상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부장

■케리가 당선되면-對北유화 기대속 더 큰 위기 올수도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부시 독트린을 상당 부문 수정할 것이다. 기존 동맹관계를 더 중시하고 국제 사회의 동의에 기반한 안보 전략을 펼치려 할 것이다.

케리는 부시가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비난하면서 집권 즉시 이라크 안정화 관련 세계정상회의를 열고 미군 주도 연합군에서 미군-나토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미국의 독식이 아니라 부담과 이익을 동맹과 나누는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케리와 민주당 역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저지, 대 테러전 등이 최우선 과제라는 핵심 가치를 부시와 공유하고 있다. 스타일의 상대적 차이가 있을 뿐이다.

북한 문제는 부산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북핵문제를 쟁점화했기 때문에 취임 전부터 대북조정관을 임명, 평양에 파견하고 교섭에 나설 것이다. 케리는 6자회담 틀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 북한과의 양자 채널이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케리 정부의 유화적 대북 접근을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케리와 민주당 역시 북핵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케리는 대선 토론 때 부시가 엉뚱한 이라크를 공격하는 동안 북한이 최대 7개의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여러 차례 공격했고,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북 핵 폐기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대북 보상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다.

반면에 북한은 케리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다. 이런 맥락에선 북미 양자 채널이 과연 유용한 도구인지 의문도 제기된다. 자칫 북미 관계를 더 틀어지게 하고 한반도의 위기가 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미 관계는 부시 정부 때보다 나아질 것이다. 특히 주한 미군 감축 및 한국군 이라크 파병 등 갈등 현안이 대부분 조정 단계에 들어가 당장 맞부딪칠 쟁점이 없다. 케리는 부시와 달리 미군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주한 미군 감축은 신속기동군화이기 때문에 기본 추진 방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동맹 중시 차원에서 한국의 의견을 좀더 존중할 것으로 기대된다. 케리 당선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근거 없는 낙관이다.

김일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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