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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해장엔 라면 국물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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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해장엔 라면 국물이 최고

입력
2004.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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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 부드러워야 할 분말스프가 딱딱해져 있어 자세히 보니 유통기한이 수개월 지나 있었다. 무슨 일이야 있겠나 싶어 그냥 먹은 게 결국 탈이 났다. 하루 종일 속이 안 좋아 고생했다. 싱크대에 있던 라면을 과감하게 쓰레기통에 버렸다. ‘웰빙 시대’라고 남들은 유기농 식품을 비싸더라도 사먹는 세상에 유통기한 지난 라면에 미련을 가지며 청승 떨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돌이켜 보면 라면에 얽힌 추억이 많다. 우지 파동으로 남들이 라면을 쓰레기통에 버릴 때도 나는 라면을 여전히 좋아했다. 1960년대 처음 나왔을 때 손님이나 오셔야 곁에서 구경이라도 할 정도로 맛있던 라면은 대접받던 음식이었다. 계란도 귀하던 시절이었으니 끓는 국물에 계란 하나 풀어 넣으면 최고였다. 70년대 학교 다니던 시절엔 라면은 따뜻한 국물에 가장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점심거리였다. 80년대 북한과 전쟁 위기가 감돌 때는 비상식량으로 꼭 가지고 있어야 할 식품이었다.

해외에서 살다가 귀국했는데 가게에서 라면 한 개에 100원을 받길래 화를 낸 기억이 있다. 불과 몇 년 전 학창시절에는 끓여서 50원이었는데 그냥 파는 라면이 100원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결국 난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른다고 간첩이란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90년대에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간편식으로 각광을 받던 식품이었다. 전날 저녁 과음이라도 하고 나서 다음날 아침 해장거리가 마땅치 않으면 라면 국물이 최고였다. 역시 라면은 값싸고 간편해서 대용식으로 많은 기여를 했다. 하루 세끼도 제대로 못 먹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쌀이 남아 돈다니 라면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라면은 앞으로도 계속 별식으로 사랑받을 것 같다.

강신영·서울 송파구 문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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