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9·11 테러 가능성을 경고한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 테이프가 방영되면서 미 대선의 막판 판도가 흔들렸다.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선거일을 3일 앞둔 30일(미국 시간) 빈 라덴 변수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소수 부동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테러와 안보 문제에 대한 치열한 공방을 전개했다. ★관련기사 3·4·5·16면
앞서 빈 라덴은 29일 오후 아랍의 위성방송 알 자지라에 방영된 비디오 화면을 통해 "2001년 9월11일에 벌어진 사건이 재발할 이유가 아직 남아 있다"며 "당신들의 안전은 부시나 케리 혹은 알 카에다에 달려 있지 않고 당신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빈 라덴은 "부시는 아직도 당신들을 기만했고 부시 정부는 부패한 아랍 정부와 유사하다"고 밝히는 등 메시지의 상당 부분을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는 데 할애했다.
테이프가 보도된 직후 조사돼 30일 발표된 뉴스위크 여론조사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50%대 44%로 케리 후보를 6% 포인트나 앞서 격차를 벌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 일일 여론조사에서는 부시 대통령 우위가 전날의 3% 포인트에서 1% 포인트로 좁혀지고 조그비 조사에서도 케리 후보가 1% 포인트 차로 역전했다. 31일 조그비 조사에서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48%로 동률을 기록했다.
미국의 언론들은 빈 라덴 충격이 안보 분야에 강점을 가진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부시 대통령이 9·11 책임자를 잡는 데 실패했다고 공격해온 케리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양 진영은 막판 돌출 변수를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부시 대통령은 30일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수천명의 무고한 사람을 죽인 테러리스트들은 여전히 위험하다"며 지지를 호소한 뒤 "케리 후보는 그동안 나약하고 행동하지 않는 노선을 선택해왔다"고 비난했다.
케리 후보는 "빈 라덴 체포 작전을 현지 아프가니스탄 병력에 맡긴 것은 실책"이라며 "나는 더 현명하게 테러와의 전쟁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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