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부터 은행권에 유례없이 치열한 ‘시장 전쟁’이 시작된다. 1일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을 통합한 한국씨티은행이 공식 출범, 세계최대 금융그룹(씨티은행) 특유의 영업력과 노하우로 한국시장 공략을 개시한다. 같은 날 국민은행은 강정원 신임 행장이 취임, 국내 최대은행으로서 수성(守城)의 전열을 재정비하게 된다. 국내 은행시장판도는 이제 국민-우리-신한-하나의 4강 구도에서 한국씨티가 포함된 5강체제로 지각변동이 이뤄지게 됐다.◆한국씨티은행의 출항=현재로선 폭발력을 가늠키 어렵다. 개인·기업금융시장에서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기존 메이저 은행들의 벽이 워낙 높아 단기간내 시장흐름을 역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씨티은행 특유의 자산운용능력과 노하우가 기존 한미은행의 전국적 네트워크와 결합함에 따라 중·상류층 자산시장엔 가까운 장래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씨티’란 이름 두 글자만으로도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에 엄청난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고 기존 국내은행보다 해외자산운용의 스펙트럼이 훨씬 넓은 만큼, 한국씨티의 출범은 저금리시대의 부자고객들에겐 강한 호소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국씨티의 목표는 국내시장 제패가 아니다. 전면에 노출돼 이런저런 규제와 견제를 받아야 하는 1등 보다는, 현 7%대의 시장점유율을 알토란 같은 우량자산 위주로 수년내 10%대로 높여 실속있는 3~4등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선장바꾼 국민은행=신임 강정원 행장은 당분간 내부정비에 주력해야 할 형편이다. 임원진 교체, 갈등의 골이 깊게 패인 기존 국민·주택은행 출신들의 화학적 융합, 미뤄져 왔던 실질적 인력구조조정 등 풀어야 할 내부과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 같은 작업은 상당부분 전임 행장인 ‘김정태 색깔빼기’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이 과정에서 적잖은 마찰이 불거질 수도 있다.
‘선장교체기’의 어수선한 와중에 국민은행은 한국씨티를 비롯한, 기존 대형은행들로부터 상당한 시장공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임 강 행장에겐 내부정비와 시장방어의 두 가지 과제가 주어진 상황이다.
◆우리 신한 하나의 공세 3개=은행들도 향후 벌어질 ‘오국(五國)대전’에 대비, 전열정비에 한창이다. LG증권을 인수한 우리금융은 우리증권과 합병을 가급적 연내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 두 증권사가 합병되면 우리금융은 국내 1위 증권사를 거느리게 돼 한층 수준 높은 자산운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하나은행도 현재 협상중인 대투증권인수가 확정되면 내년엔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토털금융’체제를 완전 구축할 예정이다.
이 같은 은행권 분위기라면 신한은행도 조흥은행과 통합을 서두를 공산이 높다.
한 시중은행장은 "경기침체와 저금리로 인해 금융환경은 어려워지는데도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은 금융서비스의 질에 의해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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