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의 승자는 누가 되든, 기본적인 가치관까지 분열된 나라를 물려받을 것이다."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11월1일자 커버스토리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벌써부터 대선 후유증 얘기가 나오는 것은 조지 W 부시가 그리는 미국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제시한 미국의 얼굴이 서로 딴 판이기 때문이다. 두 후보의 정책은 1980년대 이후 어느 대선보다 첨예한 이념적 대척점에 서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새 대통령이 조각난 민심을 주워담고 끼워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두 후보는 이라크 북한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지만 경제 사회 분야의 이견에 비하면 차라리 외교안보정책이 닮은 꼴인 편이다.
경제분야에서 재정·무역 등 쌍둥이 적자를 시정해야 한다는 진단은 같지만 치료법은 각각이다. 재정적자에 대해 부시는 지출 증가율 상한을 둬 장기적으로 관리하자는 처방이지만, 케리는 국방·교육을 뺀 정부 부문을 원점에서 검토해 비효율적 요소를 개혁해 5년 안에 재정적자를 반 토막 내겠다는 외과수술형 요법을 제시했다.
무역정책은 케리가 더 뻣뻣하다. 부시는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 등 미국 기업의 활용 영역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케리는 승리 뒤 120일 안에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해 상대국의 노동 환경 기준 준수 여부를 따진다는 ‘공정’이 핵심이다.
조세ㆍ산업정책에서 부시는 기업·상류층 중심 감세정책을 유지해 ‘파이’를 키우고 사유재산권 보호를 한층 강화해 소자본 창업을 늘린다는 복안이다. 케리는 주 감세 대상을 중산층 이하로 선회하고 제조업 부활에 집중해 임기 내에 일자리 1,000만개를 창출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사회영역에서는 미국 사회의 분열상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올해 미국을 뜨겁게 달군 동성 결혼에 대해 부시는 헌법을 수정해서라도 완전히 금지시켜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케리는 결혼은 반대하지만 동성 부부도 입양 등 이성 가정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낙태와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케리는 낙태는 ‘여성의 권리’관점에서, 줄기세포는 사안별 윤리성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며 부시의 ‘불가’고수에 맞서고 있다. 기타 사회 현안에서 부시는 기본적으로 친 기업적·시장경제적 접근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케리는 도덕성과 국제협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라크 등 대 중동 정책에 있어 부시는 미국 주도로 미국식 민주주의를 이식한다는 전략이고, 케리는 동맹을 설득해 부담과 이익을 나눈다는 입장이다. 군 개혁도 부시는 효율화에 케리는 전통적 복지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북핵 문제에 있어선 케리가 6자회담 기조 위에 북미 양자 채널 가동의 필요성을 인정, 부시보다 유연하다는 평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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