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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美대선 / / 빈 라덴發 ‘미국판 北風’ 누구에게 득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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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美대선 / / 빈 라덴發 ‘미국판 北風’ 누구에게 득 될까

입력
2004.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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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을 4일 앞두고 오사마 빈 라덴은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스스로 미 대선의 한 가운데에 자신을 투영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 중 누구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미 대선의 카메오로 출연했는지는 알 수 없다.메시지의 대부분을 부시 비난에 할애한 것을 보면 부시의 낙선을 노렸다는 관측을 낳지만 어디까지나 표피적 관찰이다. 9·11 공적 1호인 자신의 주장을 미국인들이 환영할 리 없다는 것을 그도 분명히 알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가 부시를 보다 편한 상대로 보고 선거에 개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빈 라덴은 이미 이슬람권에서 ‘악인(惡人)’으로 낙인 찍힌 부시를 바꾸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부시와 케리 가운데 어느 한쪽을 돕는 데 관심이 없고, 오직 대미 투쟁에 나서는 자신의 명분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보는 게 보다 현실적인 판단일지 모른다.

의도가 무엇이든 그의 깜짝쇼는 부시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빈 라덴이라는 이름은 부시 대통령이 유권자들에게 환기시키려 했던 9·11의 참상을 떠올리게 한다. 누가 테러리즘에 잘 대응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미국인의 반응은 항상 부시 쪽이 높았다. 뉴스위크는 30일 "테러 관련 이슈가 전면에 부각될 때 수혜자는 언제나 부시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드시 이런 결론이 가능한 것 같지는 않다. 케리 후보는 빈 라덴 변수가 찬바람을 몰고 올 상황에 대비, 충분한 ‘예방주사’를 놓았다.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의 주범인 빈 라덴을 끝까지 추적하지 않고 이라크로 눈을 돌리는 실책을 범했다는 주장은 그의 핵심 공격 포인트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빈 라덴은 "죽은 채로든, 산 채로든 그를 원한다"고 외쳤던 부시 대통령의 정책 실패를 상징하고 있다는 게 민주당측 논리다.

미국 언론들도 "도대체 누구에게 이로울지는 불확실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31일 5개 접전주의 많은 유권자들은 빈 라덴 테이프에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미 누구에게 투표할지를 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의 그림자는 케리 진영에 보다 짙게 깔려 있다. 박빙의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테러의 공포를 자극하는 빈 라덴의 메시지는 결코 달가운 것이 아니다. 특히 최근 케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이라크 폭발물 분실 이슈가 빈 라덴의 등장으로 묻혀 버린 것은 민주당측엔 큰 손실이다.

선거를 이틀 앞둔 현 시점에서도 전국 지지도와 주별 선거인단 판세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누구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혼전의 양상이다. 접전주에서 부시와 케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수치들이 나오고 있지만 오차범위 내에 있어 통계적으로는 동률의 상태다. 이번 빈 라덴 충격이 과연 동률의 구도를 깰 변수가 될지는 앞으로 남은 48시간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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