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 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思鄕’중에서)목매어 그리던 어마씨(어머니)의 꽃지짐 맛을 좇아간 것일까. 원로 시조시인 초정(草汀) 김상옥(金相沃)씨가 31일 오후 6시20분께 서울 안암동 고려대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4세.
고인은 지난 26일 부인 김정자(金貞子) 여사가 폐렴으로 세상을 뜬 직후부터 곡기를 끊다시피 했다. 고인은 부인 장례식을 치른 다음 날인 지난 30일 외손자와 함께 경기 광주의 부인 유택을 보고 온 직후 쓰러져 끝내 숨을 거뒀다.
김 시인은 15년전 화랑에 그림을 보러 갔다가 넘어져 다리를 다친 뒤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했다. 이후 지난 26일 81세로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김정자 여사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아 왔다.
큰딸 훈정 씨는 "아버지의 병수발을 하던 어머니가 보름 전에 허리를 가볍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는데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다른 곳의 뼈들이 이미 여러 곳 부러진 상태였다"면서 "어머니는 자신의 몸이 부서진 것도 모르고 그야말로 ‘분골쇄신’하며 아버지를 수발하다가 세상을 먼저 떠났다"고 말했다.
훈정 씨는 "아버지는 어머니 없으면 살 수 없는 분이었다"며 "아버지는 병원에 누워 있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자네를 전생에서 본 것 같네. 우리의 이생은 다 끝났나 보네’라며 죽음을 예감한 말을 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부인 사망소식을 접한 뒤 "이제부터 나에게 밥을 권하지 말라"며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했다고 유족들은 덧붙였다.
경남 통영 출신인 고인은 일생을 두고 절제된 시어로 민족 고유의 예술미와 전통의 서정을 노래한 시단의 큰어른이었다. 그는 1938년 동인지 ‘맥’에 ‘모래알’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뒤 ‘문장’지에 ‘봉선화’가 추천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조집 ‘초적(1947)’ ‘목석의 노래(1956)’ ‘삼행시(1973)’ 등과 산문집 ‘시와 도자(1976)’ 등을 남겼으며 95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딸 훈정(58) 훈아(55)씨와 아들 홍우(53·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씨 등 2녀1남, 사위 김성익(58) 인하대 초빙교수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3일 오전 9시. (02)3410-6912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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