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앓으며 밤샘 준비했는데 이게 뭡니까." "응원하겠다며 지역에서 올라온 지지자들이 헛걸음했어요."17대 국회의 첫 대정부질문이 이틀 째 파행을 계속한 29일 질문을 준비했던 의원들은 허탈함에 한숨만 내쉬었다. 준비한 내용을 펼쳐보이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겠다는 기대와 각오가 충만했지만, 무대에 오르지도 못한 채 발발 동동 굴려야 했다.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은 누구보다 아쉽다. 28일 국회가 파행을 겪지 않았다면 바로 다음이 신의원 차례였기 때문. 신 의원은 "지난 주말 감기몸살에 걸려 며칠 동안 겨울 옷을 껴입고 준비했다"며 "개혁입법의 필요성을 국민께 꼭 알리고 싶었는데 내 앞에서 끊겨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지역구 지지자들이 나를 보겠다며 국회까지 왔는데도 커피만 대접하고 보냈다"며 "파행이 끝나더라도 우리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도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당 최 성 의원은 "정부관계자와 전문가 300명을 상대로 미국 대선과 대북정책의 관련성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달 넘게 했는데 쓸모 없게 돼버렸다"며 "당 차원에서 한나라당의 색깔공세에 강력히 대처하자는 데 나 하고 싶은 데로만 할 수 없지 않느냐"고 아쉬워했다.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난타전으로 질문 기회를 잃어버린 비교섭단체의 불만은 더욱 컸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부적절한 발언을 했으면서도 유감 표시 조차 하지 않은 이해찬 총리나 이를 빌미 삼아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지 의문스럽다"며 "용산기지이전과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의 허상을 꼬집으려 했으나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전체 60명 중 비교섭단체 소속 대정부질문자는 단 5명 뿐인데다 대정부질문은 평소 발언 기회조차 없는 비교섭단체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국회운영에서 소외 받는 비교섭단체가 고래등 싸움에서 등 터진 새우가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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