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된다/니콜라스 크리스토프·셰릴 우던 지음 신무영 등 옮김ㆍ따뜻한손 발A행· 1만 2,000원‘2020년이면 중국이 미국의 경제력을 앞지르고, 2040년 무렵엔 인도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다.’
‘중국이 미국된다’(원제 ‘Thunder from the East:Portrait of a Rising Asia’)는 이처럼 머지않아 ‘아시아의 힘’이 세계 무대를 주도한다고 본 책이다. 저자 크리스토프와 우던은 뉴욕 타임스 기자로 아시아 지역의 지국장과 특파원을 지낸 부부 언론인. 1990년 천안문사태를 보도한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한 이 부부가 2000년에 펴낸 이 책은 14년간 아시아 곳곳을 돌아다니며 취재한 내용과 체험을 바탕으로 각국의 사회와 경제를 진단하고 흐름을 뒤쫓았다.
책은 아시아의 좌절 경험과 재건에 나선 현재, 미래의 모습 등 3부로 나뉘어 전개된다. 기본적인 논지는 인류역사상 로마제국 시대를 제외하고 16세기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세계를 움직인 축이었다가 서구로 옮겨갔지만, 다시 주도적 위치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
19, 20세기 아시아가 욕심 부족과 고립주의, 비대한 관료제도로 인해 정체됐으나 가족을 중심으로 한 도덕적 결속력, 수치심을 앞세운 사회적 제재수단이라는 아시아 특유의 가치를 통해 경제와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보았다. 1997년 아시아 지역을 강타한 경제위기도 정경유착의 낡은 관행을 타파하고 금융시장을 개혁하는 창조적 파괴과정이라고 좋게 해석한다.
아시아의 지속적인 성장은 필연적이며, 그 중에서도 중국, 인도, 일본이 21세기 아시아를 지배하는 3두체제가 되고, 한국은 통일국가로서 그 뒤를 잇는 국가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을 수시로 들락거렸던 부부는 한국인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인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통일이나 구조조정에서 오는 심리적 타격이 아니라,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라고 했다. 한국인의 외국인 혐오는 일본식민주의의 유산이라며 자신을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한국이 가진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파벌주의의 원인이 되는 약자 학대를 멈추고, 지역차별이 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서는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중국 동북지역이 한국영토라는 주장은 목적을 실현하지도 못한 채, 양국관계만 악화시킨다"며 "그보다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과 연합전선을 펴면서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플로리다 남쪽 바다를 멕시코만이라고 해서 잠 못 이루는 미국인이 없다"며 "한국의 동해 지명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한다든가, "일부 대학들이 영어공용을 추진하면 아시아의 교육허브로 태어날 수 있다"는 등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도 있지만, 이 책은 여러 모로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특정한 이론적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시각에서 탐사보도 기사처럼 아시아 각국 사회와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또 삶의 현장 구석 구석을 좇아 다니며 개개인의 가치관, 정치현실, 문화적 현상 등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예리한 통찰력은 높이 살 만하다. ‘아시아의 변화무쌍한 실체를 잡아냈다’는 언론의 격찬을 받았으며 뉴욕타임스의 명저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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