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 /박상미 지음 마음산책 발행·1만6,500원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으나 1996년 미술사를 공부하기 위해 건너가 미국 뉴욕에 눌러앉아, 어릴 적 포기한 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는 박상미(35)씨는 뉴욕 예찬론자다. "한국에서 그리지 못했던 그림을 그릴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간다"는 그녀가 도시 뉴욕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써냈다.
‘한 젊은 예술가의 뉴욕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뉴요커’는 하루 이틀 머물다 가는 뜨내기 관광객이 보는 뉴욕의 이면에 숨은 매력을 전하는 책이다. 뒷골목을 거닐며 이곳 저곳 상점을 기웃거리고 책방에도 들렀다가 커피도 마셨다가 할 수 있는,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뉴욕의 삶을 즐기는 그녀이기에 포착할 수 있는 매력들이다.
저자의 뉴욕생활은 수직으로 치솟은 고층 빌딩이 즐비한 맨해튼을 오가는 여피족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가 세 들어 사는, 브루클린 공장지대의 한 로프트는 소시지제조공장과 충돌전문카센터를 바로 옆에 두고 있다. 북쪽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기에 충분하다는 것만으로도 그 집이 너무 맘에 든단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잃고 사진작가를 꿈꾸는 청년 옥타비오나, 자기 키만한 베이스를 껴안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연주자같이 가난하지만 성공을 꿈꾸는 젊은 예술가들이 그녀의 삶에 등장한다. 미술시장의 한복판인 뉴욕에서 개인전을 꿈꾸는 화가답게 그녀는 베르메르나 에드워드 호퍼 같은 화가들의 걸작을 직접 볼 수 있는 미술관, 갤러리들을 드나드는 호사 때문에도 뉴욕을 떠날 수가 없다.
저자가 꼽는 뉴욕의 가장 큰 매력은 원대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도시라는 점. 폴 오스터, 줌파 라히리 같은 작가들, 뉴욕 토박이 화가 알렉스 카츠, 쌍둥이빌딩 사이에 줄을 매달고 고공줄타기를 보인 필립 프티 등 최고의 예술가들이 모두 뉴요커다. "지금은 가난해도 그들처럼 최고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 뉴욕이에요."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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