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취해진 중국의 금리인상이 29일 한국 경제를 강타했다.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1,110원대로 급락했고, 종합주가지수도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 정부가 급속한 경기 진정책을 추가로 내놓지만 않는다면 중국 투자비중이 큰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경제전반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중국 금리 인상의 후유증은 수출부문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날 증시에서는 철강, 화학, 해운 등 중국 관련주가 하락했다. POSCO, INI스틸, 동국제강, 동부제강 등 주요 철강주가 2% 가까이 하락했고, LG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등 화학주도 0.69% 가량 내렸다. 금리 인상으로 중국 내수경기가 위축될 경우 대 중국 수출액이 많거나 투자액이 많은 기업의 수익성에 악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 정부가 취할 통화정책의 운신 폭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 중국과 달리 한국은 금리인하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켜야 하는데, 중국이 금리 인상을 한 상황에서 금리를 내릴 경우 이론상으로는 외국 자본의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난관적 전망의 근거는 인상폭이 0.27%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점과 원유, 철강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폭의 금리인상은 중국 정부가 경기과열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므로 결국 중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해석이다. 재정경제부 정인보 경제분석과장은 "중국 내수시장 자체가 다소 위축돼 국내 수출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현지에서 금융을 일으킨 기업들도 수익성에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금리인상은 중국 정부가 앞으로 경제를 연착륙 시키겠다는 신호를 대외적으로 보낸 것이므로 오히려 환영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세계시장에서 원자재를 ‘싹쓸이’했던 중국 경제가 진정되면 한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의 물가상승)의 위험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국이 금리인상으로 경기 연착륙에 성공하면 국제 유가가 안정되고 결국 한국 경제에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급등했던 유가가 예년 수준을 되찾으면 연초부터 한국 경제를 짓눌렀던 비용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 내수를 중심으로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중국의 금리인상이 알려진 뒤 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는 전날보다 배럴당 1.54달러 하락한 50.92달러를 기록했고, 영국 브렌트유도 배럴당 1.08달러나 내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낙관적 시나리오는 중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해야만 가능하다"며 "중국 정부가 심각한 도농간 빈부격차와 금융부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급격한 금리인상 등 충격요법이 취해지면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 시장경제방식 ‘이자율 처방' 中경기 연착륙 약효 있을까
각국의 전문가 사이에서는 중국당국의 금리 인상조치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연착륙 할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게 대체적 진단이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29일 "은행의 대출 규제라는 행정적 규제 조치만을 취해왔던 중국이 시장경제적인 이자율 카드를 꺼냄으로써 연착륙에 한걸음 다가갔다"고 밝혔다.
이 같은 평가에는 중국 당국의 후속조치가 뒤따라 9%를 넘는 경제성장률, 5%를 초과하는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과열경기가 잡히기를 바란다는 희망이 섞여있다. 특히 미국은 이번 조치가 위안화 평가 절상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 성장에 의해 중국 경제가 적절히 제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존 테일러 미 재무차관은 "이번을 계기로 고정환율제를 고수해온 중국이 보다 유연한 통화정책을 구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번 조치로 세계 원자재 대란이 진정될 것이란 예측도 많았다. 미 재계 관계자는 "석유, 철강 등의 가격을 폭등시킨 중국의 경기가 누그러지면 중국은 물론 세계 모든 기업들이 득을 본다"며 "중국 금리인상은 중국과 세계의 상생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가져올 여지도 많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미 경제전문가 칼 와인버거는 "이머징 마켓에서 이자율 인상정책은 종종 과열 경기를 잡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학자들도 "중국이 올 5월부터 은행 대출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압력을 해소하지 못해 급기야 이자율 카드를 빼냈다"며 "이번 조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경우 금리인상은 과열 중국 경제를 상징하는 지수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후 국제 투기 자본인 핫머니가 몰려 중국 성장의 견인차인 수출을 저해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스티븐 로치 모건 스탠리 수석연구원은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 내년 세계 경제의 침체는 가속화할 것"이라며 "특히 대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일본, 독일 경제의 침체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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