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붙잡고 싶은 가을 그곳에 머물고 있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붙잡고 싶은 가을 그곳에 머물고 있네

입력
2004.10.30 00:00
0 0

변덕스러운 햇볕 탓에 가을이 끝나버린 건가 ‘철렁’하는 날이 많아진 요즘. 아침냉기가 코 끝에 ‘톡’ 하고 부딪히는 날이면 괜히 마음부터 심란해지고, 까닭 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그러면 초록에서 노랑으로 서서히 몸을 바꾸는 은행나무와 손바닥만한 이파리를 뚝뚝 떨구고 있는 플라타너스가 눈에 들어오고, 그제서야 안심. 아직은 가을이다.서울시가 멀리 나가지 않고도 생활권 주변에서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단풍과 낙엽의 거리 44곳을 선정했다.

◆은행잎 밟으며 가을운치 만끽= 울긋불긋 오색찬란한 단풍도 아름답지만 가을 운치를 만끽하기엔 역시 샛노란 은행나무가 제격. 그 중에서도 ‘걸어도 또 걷고 싶은’ 정동길은 덕수궁 돌담을 따라 심어진 은행나무 덕분에 한층 더 낭만적 색채를 띤다. 융단 위를 걷듯 수북이 깔린 은행잎을 밟으며 시립미술관, 정동극장 등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 그대로 그림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

경복궁에서 민속박물관을 거쳐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1㎞ 거리도 노란 그늘을 드리운 은행나무들로 가을 산책에 그만이다. 걷다 지치면 둘러볼 수 있는 미술관과 호젓한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여유는 이곳만의 보너스.

평소 자동차로만 지나쳤던 남산 소월길도 낙엽명소로 빼놓을 수 없다.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 출발해 힐튼호텔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아득하게만 보였던 하얏트호텔까지의 3.5㎞도 짧게 느껴진다. 가는 길에 남산도서관과 독일문화원에 들러 잠시 쉬어도 좋다. 봄이면 벚꽃놀이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는 여의도 국회 주변의 노란 물결도 놓치면 아깝다.

◆메타세콰이어, 억새밭도 유혹 = 소실점까지 즐비하게 늘어선 메타세콰이어도 이젠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로수. 남이섬을 배경으로 했던 TV드라마 ‘겨울연가’ 덕분에 유명해진 메타세콰이어는 쭉쭉 뻗어올라간 수직의 생명력과 장정 근육처럼 울퉁불퉁한 표면이 색다른 정서를 전해준다.

‘아름다운 거리숲’ 상을 수상한 양재천길은 781그루의 메타세콰이어가 2.8㎞나 늘어서 있어 마치 독일의 전나무 숲에 와있는 것 같은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상암동 월드컵공원내 하늘공원에 1만여평 규모로 펼쳐진 억새밭은 올해 처음으로 단풍명소에 선정됐다. 울긋불긋 화려하지는 않지만 출렁이는 은빛 억새 사이로 파란 하늘과 한강이 한없이 펼쳐져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답다.

이밖에 버즘나무 등 1,200여 그루의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며 장관을 연출하는 노원구 화랑로(태릉입구~삼육대)와 자전거도로 등 다양한 체육편의시설을 갖춘 서초구 양재 시민의 숲도 한 번쯤 찾아볼 만하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