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다니엘 페나크 지음·이정임 옮김 문학과지성사 발행서점에 가면 책 읽어주는 엄마들을 만난다. 어쩌면 그렇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정감 있으면서도 정확하게 읽는지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런데 이야기에 빠져 들어갈 때쯤 갑자기 딱딱한 목소리로 읽어준 내용에 대해 질문한다.
주말의 복잡한 대형서점에서 사람들을 구경한다. 만화에 열중한 아이도 있고, 책 읽어주는 부모도 있다. 어떤 책을 살지 실랑이도 벌인다. 부모와 같이 온 중학생(고등학생은 결코 같이 나오지 않으므로) 손엔 청소년 소설과 함께 부모세대가 학창시절에 읽었을,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 들려있다. 타협의 결과이리라.
그러면 어떤 책을 어떻게 읽혀야 하는가. 첫째, 책 고르는 데 시간을 투자하자. 읽는 것 못지않게 고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직접 읽어본다. 만약 당신이 고른 책을 아이가 좋아한다면 반복해서 읽어보라. 아이의 감수성을 알게 된다.
자신을 믿고 아이와 함께 직접 선택하라. 서점 직원은 책에 대한 지식은 많지만 당신 아이에 대해서는 모른다. 필독도서나 고전에 구속되지 말자. ‘초등학생이 꼭 읽어야 하는…’ 이나 ‘서울대 입학생이 읽은 책’ 따위에 대한 환상은 버리자. 소리 내어 읽어줄 책은 당신도 좋아하는 것으로 선택하라. 재미없는 책을 열정을 가지고 읽어주기는 어렵다.
아이들 말에 귀 기울이라. 그들의 흥미보다 당신 것을 우선해서는 안 된다. 서바이벌 스토리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샀던 ‘앵무새 죽이기’는 나만 읽었다.
독서수준에 집착하지 말자. ‘네가 몇 살인데 그런 책을 읽느냐’는 말을 너무 많이 듣는다. 그러잖아도 아이들은 선행학습에 시달리고 있다. 독서를 학습의 연장선상에 두지 말자. 아이들이 자라면서 점점 그들이 읽는 책을 통제하기가 어려워진다.
양서만 읽으라고 강요하지 말자. 청소년기에는 유독 한 장르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대개 기다리면 빠져 나온다. 또 판타지 소설을 통해서도 세상 보는 법과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신화와 중세 유럽과 성서에 대한 관심도 생긴다.
아이들의 독서성장과정을 즐기자. 보드북, 그림책을 지나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거쳐 어느덧 부모도 모르는 책을 읽는 것을. 그리고 독서지도에 대한 책 한 권쯤 읽어보자.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 이 어떨까. ‘읽다 라는 동사는 명령형이 먹혀 들지 않는다’ 가 첫 문장인 책. 글자를 모를 때부터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고, 아이가 컸을 때는 읽은 책에 대해 주제니 소재를 물어보지도, 독후감을 쓰게 하지도 말라고 한다. 읽지 않을 권리, 건너뛰며 읽을 권리,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등 아이들에게 마음 내키는 대로 읽을 권리를 주라고 하는 이 책. 독서를 무겁게 보는 우리의 생각을 바꿔 줄 것이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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