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이데올로그들이 웅변하던 인류공영의 그 찬란한 무지개는 과연 걷혔는가. 1990년대 후반의 금융위기를 통해 세계화의 광휘가 꺼진 뒤의 어둠과 곤핍함을 익히 경험한 바 있지만, 그 비전은 유령처럼 후발 자본주의와 구 사회주의 국가를 떠돌며 여전히 경제를 옥죄고 있다.그 실상을 민족갈등의 심화라는 현상을 통해 고발하고, 반세계화의 실천적 대안운동으로 떠오른 ‘아탁(attac)’ 의 어제와 오늘을 소개하는 책이 각각 출간됐다. 중국계 미국인 2세로 미 예일대 교수로 있는 에이미 추아의 ‘불타는 세계’(부광 발행)와 ‘세계화의 덫’의 공동저자 가운데 한 명인 하랄트 슈만 등이 쓴 ‘아탁’(영림카디널 발행)이 그것이다.
추아는 80년대 말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산탄처럼 터져 나온 민족분쟁의 심층에서 ‘세계화’를 찾고 있다. 지역마다 존재하는 소수의 민족적 시장 지배자들이 부를 기형적으로 축적함으로써 절대 다수의 절대빈곤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유전·가스회사인 유코스사의 전 회장으로 지난해 촉발된 ‘유코스 사태’로 몰락한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유코스는 러시아의 올리가르흐(마피아 재벌) 가운데 한 명이자 러시아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유대인의 상징 같은 존재였고,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백인들의 견제(국민소환투표 등) 역시 수백년간 라틴아메리카를 정치경제적으로 지배해온 백인 소수집단의 수구적 메커니즘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그는 책에서 부의 편중실태와 그 결과로서 발생한 다양한 유형의 분쟁을 분석한 뒤, "세계화(Globalization)란 곧 세계火(World on Fire)"라고 결론 짓는다. 그는 부의 재분배장치가 결여된 미국식 세계화의 확산을 반대하고, 교육기회 확대와 정부의 시장개입 등을 제안하고 있다.
아탁은 98년 6월 프랑스에서 결성된 순수 자발 결사체 ‘시민지원을 위한 국제금융거래 과세연합’의 약어. 아탁은 세계 금융자본과 다국적 콘체른, 자본의 시녀로 전락한 각종 국제기구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토빈세 도입’을 주창한다. 미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처음 주장한 토빈세는 모든 외환거래에 1%의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 골자인데, 이를 재원으로 제3세계 개발원조를 하자는 것이다. 이 운동은 독일 등 유럽으로 급속하게 번져 무시 못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현재 캐나다, 세네갈, 일본 등 41개국에 단체가 설립돼 활동하고 있다. 책 ‘아탁’은 이런 아탁의 출범 배경과 확산과정, 범 세계적 운동으로 확산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 등을 분석하고 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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