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대의 사기,횡령,조세포탈 혐의로 복역 중인 한 기업사냥꾼이 옛 동업자를 고소한 뒤 검찰 공소장에서 자신의 관련 부분을 삭제하기 위해 변호사들에게 ‘공소장 한글자당 1억원’을 내걸고 검찰에 전방위 로비를 시도했으나 무위로 끝났다.1998년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의 대출금과 공금 1,03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인 이모(39)씨. 자신의 돈은 거의 들이지 않고 상장사 2개를 인수하고 신용금고 10개를 설립해 ‘기업사냥꾼 1세대’로 불렸던 이씨는 수감 중 질병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은 뒤 병실에 컴퓨터를 설치해 놓고 주가조작에 나서 400억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 달 추가 기소됐다.
다급해진 이씨는 7년 전 동업자 홍모씨를 검찰에 고소하는 방법을 짜냈다.‘확정판결 받은 38억원의 조세포탈 혐의 중 19억원은 자신 모르게 홍씨가 저지른 것’이라는 주장으로, 홍씨가 단독범으로 기소되면 그 공소장을 바탕으로 자신의 혐의를 줄이기 위해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염웅철 부장검사)는 홍씨를 단독범으로 인정하지 않고 28일 공소장에 이씨를 지목해‘이OO과 공모해서’라는 문구를 넣어 기소했다. 이를 사전에 알게 된 이씨는 수사검사의 동창ㆍ연수원 동기 등 인연이 있는 변호사 7~8명에게 이 8글자를 빼주면 ‘글자당 1억원을 주겠다’며 접근, 막판로비를 시도했다.
이씨의 제안에 실제로 검찰에 사건 문의전화를 한 변호사도 여럿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변호사에게도 자신이 정말 억울한 것처럼 속여, 변호사들 대부분이 사건의 실체를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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