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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프러포즈’ 박은령 작가 "단순 무식해 보여도 아줌마는 숨은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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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프러포즈’ 박은령 작가 "단순 무식해 보여도 아줌마는 숨은 보석"

입력
2004.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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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김수현 작가가 "말이 되는 드라마"라고 평한 KBS 2TV ‘두 번째 프러포즈’(연출 김평중)를 통해 대한민국 아줌마들을 울리고 웃겨온 박은령(38) 작가. 이제 4회가 남았으니 마무리에 들어가야 할 시점인데, 방송사가 2회 연장을 조르는 통에 고민에 빠졌다. "질질 끄는 것 딱 질색이에요. 그냥 성큼성큼 가는 게 좋은데…." 그래도 행복한 얼굴이다.‘두번째 프러포즈’의 주인공 미영(오연수)은 ‘인생’과 ‘가족’을 동의어로 알고 살다가 갑자기 남편에게서 이혼을 ‘통보’ 받고, 위자료로 받은 돈과 집은 사기로 날린 한심한 아줌마다. 그러나 여느 불륜 드라마와는 접근법이 다르다. 불륜이 살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쿨’하게 인정한 뒤 그 다음에 벌어질 일들을 찬찬히 짚어보는 작가의 솜씨가 새롭고 매섭다.

"이 드라마는 3부로 나뉘어요. 1부는 미영이 억척 아줌마로 나오는 걸 코믹 터치로 그렸고 2부는 이혼당하고 세상으로 내몰린 이야기를 사실감 있게 그렸어요. 이제 3부 차례인데 이혼 당한 여자의 성공기를 일종의 판타지로 보여주죠."

지난해 MBC ‘앞집 여자’에서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라는 묵직한 질문을 명랑, 쾌활한 방식으로 던지며 화제를 모았던 그녀는 다시 한 번 ‘불륜’을 끄집어낸 것에 대해 태연하다. "불륜도 우리가 사는 모습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또 불륜이냐며 부르르 떠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건 아마도 삶의 치부를 건드렸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혼율 세계 1위라는 한국의 현실에서 불륜은 더이상 남의 이야기일 수 없죠. 드라마는 그런 현실을 보여주는 것뿐이고요."

그렇다고 그녀가 ‘불륜’을 ‘사랑의 완성’으로 승화시키려 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니까 불륜을 저지르자고 이야기 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불륜에는 책임이 따른다, 파랑새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라는 걸 보여줄 거에요." 그러면서 그녀는 "이번 드라마는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아줌마들의 이야기에서 착안했다. 주부가 뒤통수 맞고 등 떠밀려 세상에 던져졌을 때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쓰려고 했다"고 했다. "이 땅의 남자들이여, 봐라, 아내들의 ‘올인’이 있기에 지금의 너희들이 있는 거다. 단순 무식해 보이는 아줌마들이 사실은 숨은 ‘보석’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죠."

대학 4학년 때부터 1년 반 동안 ‘장학퀴즈’ 구성작가로 일하다 결혼 후 논술강사 노릇을 하며 10년간 주부로 살아온 그녀의 이력을 알고 나면 이런 주장에 수긍이 간다. "결혼하고 허니문 베이비 갖는 바람에 아이 낳고 기르며 남들처럼 그렇게 살았지만 그래도 제 안에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은 마르지 않는 욕망이 매 순간 꿈틀거리고 있었어요."

2002년 MBC 베스트극장 공모에 당선돼 늦깎이로 출발했지만 불과 2년 만에 두 개의 화제작을 내놓으며 문제적 작가로 떠오른 그녀의 삶은 극중 미영의 성공기보다 더 극적이다. 덕분에 방송작가계의 ‘박완서’로 불린다는 그녀는 "발끝은 리얼리티에 맞대고 있으되 발꿈치는 이상을 향해 살짝 들려 있는, 그런 드라마를 쓰고 싶다"고 했다. 대한민국 아줌마는 힘이 세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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