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의 발언으로 촉발된 여야의 강경 대치국면에서 열린우리당내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들의 행보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자성론, 대야 타협론을 펴며 소신 행보를 보이고 있다.지난해 8월 한나라당을 탈당, 우리당 창당에 힘을 보탰던 이른바 ‘독수리 5형제’ 가운데 김부겸 안영근 의원이 유화론을 주도하고 있고, 이부영 의장도 내심 같은 생각이다. 원내 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춘 의원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고, 이우재 전 의원은 17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전날 "정치적 사안과 이념적 문제에 대해서는 한 발짝 물러났으면 좋겠다"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했던 김부겸 의원은 29일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판을 깨자고 들면 안 된다"며 당의 강경기류에 불만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밀어붙이기식 폐지보다 단계적 폐지를 주장하며 대야 협상을 강조했다.
안영근 의원도 마찬가지다.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을 주도하고 있는 안 의원은 이날 "내가 총리라면 ‘유감’이라고 하고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안개모의 공식 출범을 내달 1일로 앞당긴 것과 관련, "당과 청와대가 강경 원리주의자에 따라 편향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고 중심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부영 의장도 이날 의총에서 "정국을 이끌어가는 우리가 인내해야 하고 총리가 유감을 표명해서 국회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여권에서는 긍·부정의 기류가 엇갈린다. 정장선 의장비서실장은 "대통령과 총리 말씀은 겸손할 필요가 있다"며 전적으로 공감했다. 유재건, 안병엽 의원 등 중도·보수성향 의원들의 동조도 있다. 그러나 유시민 의원은 "진정한 충고를 하려면 남이 없을 때 해야지, 공개석상에서 하는 것은 모욕"이라고 비판했고 임종인 의원은 "등 뒤에다 대고 총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열성 당원들은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기회주의자" "자기집(한나라당)으로 가라" "위장입당" 등 원색 비난을 퍼부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