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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 대 强…정국 급랭/"사과로 부족…파면"/"밀리면 개혁도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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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 대 强…정국 급랭/"사과로 부족…파면"/"밀리면 개혁도 밀려"

입력
2004.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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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한나라당은 29일 이틀째 이해찬 총리에 대해 파상공세를 펴면서 ‘총리 파면 요구’라는 강경책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전날 지도부의 미온적 대처를 두고 의총 등에서 터져 나온 내분의 기미는 일단 잠수하고,"자중지란으로 비치지 않도록 입 단속하자" "지도부에 무조건 힘을 실어주자"는 단합론이 대세를 이루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확대 원내대책회의를 소집, "한나라당과 비판 신문에 대한 망언을 하고도 반성은커녕 도발을 서슴지 않은 총리에 대해 사과를 요구할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고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 총리의 파면을 요구하며, 결론이 날 때까지 일체의 의사일정에 불참한다"는 강공 방침을 정했다.

이날 회의에선 파면 요구 논리도 개발됐다. 첫째 내각 통할자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고, 둘째 위헌적 언론관을 드러냈으며, 셋째 야당을 공격해 정국 파탄을 초래하는 등 헌정질서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이 총리의 ‘차떼기당’ 발언 때문에 국회를 파행시키느냐"는 비난을 비켜가기 위해서다.

이어 의총에서 김 원내대표는 "소수 야당으로서 무도한 정권과 싸워 이길 길은 단합 뿐"이라고 호소했다. 의원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면서 파면 요구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때 박계동 의원이 "총리 파면권고결의안을 내는 것은 잘못"이라며 "우리가 머리로만 싸웠지 뜨거운 가슴으로 싸운 적 있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즉각 "한나라당 하지 마라","조용히 해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지도부 공격에 앞장서 온 김용갑, 이방호 의원조차 "더 이상 토론도 하지 말고 지도부를 무조건 따르자"고 분위기를 몰아 갔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저녁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리의 발언은 의회 민주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인데 대 정부질문이나 국회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5선 의원이자 행정부 얼굴인 총리가 이런 말을 했을 때 어떤 파장이 올 지 잘 알텐데 이렇게 한 것은 의도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이는 헌정사상, 아니 전세계에서도 없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여권이 소위 4대 법안을 통과시키면 헌법소원을 포함해 장외투쟁 든 뭐든 다 해 투쟁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29일 이 총리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해 중앙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고, 다음 주 초께 총리 파면 결의안 또는 해임 건의안을 제출할 것을 검토 중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이 29일 이해찬 총리 발언에 반발한 한나라당의 국회 거부에 맞불을 놓고 나섰다. "여기서 밀리면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리기 때문에 정면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득세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일각엔 자성과 국정쇄신을 주장하는 흐름이 엄존하고 있어 내부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우리당은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갑론을박 끝에 맞대응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박영선 원내 대변인은 "대통령을 좌파, 386을 주사파로 모는 상황에서 여당이라고 묵묵히 듣고 있을 수 없다"며 "한나라당은 색깔론을 즉각 중지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해찬 총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사과 및 사퇴 요구에 역공세를 편 것이다.

의총장에서도 "한나라당의 대안 없는 비판과 색깔론에 더 이상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참가자들은 전했다. 임종인 의원은 "보수세력이 총 공세를 펴는 제2의 탄핵사태"라며 "한나라당이 뒤집기를 시도하는 것을 되치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영 의원도 "언론환경 등 모든 면에서 몰리고 있는 약자적 입장에서 유감 표명을 하면 비굴해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당은 이날 오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이 같은 강경 대응을 재차 확인했다. 김현미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가출정치의 습관을 버려야 한다"며 "내달 1일 대정부 질문은 경제 분야인 만큼 한나라당이 불참하더라도, 본회의를 예정대로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물론 강경론 일색은 아니다. 온건론이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날 의총에서 이부영 의장은 "상대방이 잘못하고 강짜를 부려도 책임은 여당에게 돌아오는 것"이라며 "총리는 한나라당에 유감을 표명해서 국회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영근 의원 등 당내 중도보수파 의원들은 "총리가 먼저 정리해야 여권으로서도 명분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파행이 길어질수록 여권이 손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타협론은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대표적 강경파인 유시민 의원은 "대통령에 이어 총리도 사고를 쳐 당이 뒷치닥거리한다는 불만도 나오는데 당이 언제 싸워보기라도 했냐"며 "당이 주도권을 못 잡으니까 대통령에 몰린 하중을 덜기 위해 총리가 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총 장 밖에서 유 의원은 국정 쇄신론을 편 정장선 의원에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라고 비꼬았고, 정 의원은 "말을 너무 심하게 한다"며 정색하며 돌아서버리기도 했다. 강경론과 온건론의 긴장관계가 간단치 않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李총리 "좌파 공세 사과해야 유감 표명"

이해찬 국무총리는 29일 "현 정부를 좌파라고 공격한 한나라당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공세를 펼쳤다.

전날 한나라당 비판 발언으로 국회가 이틀째 파행이지만 한나라당과의 전선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총리는 이날 열린우리당 유재건, 김명자 의원 등 6명과 오찬을 하며 한나라당의 사과요구에 대해 "현 정부에 대해 근거없는 좌파 공세를 하는 한나라당이 사과를 하면 나도 유감을 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총리는 이미 이날 오전 정부종합청사에서 비서진들과 회의를 하며 국회 상황을 보고 받고 "지켜보자"고 말했다. 당분간 국회파행을 감내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총리실 핵심관계자도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개구리’,‘탕아’, ‘노가리’ 등 막말을 하면서 자신들에 대한 비판은 듣지 못하는 옹졸함을 보인다"고 반박했다. 그는 "총리가 사과하면 한나라당이 ‘나쁜 당’이 아니라 ‘좋은 당’이 되고, 조선·동아일보가 ‘역사의 반역자’가 아니라 ‘역사의 공로자’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 총리는 현 시점에서 이부영 우리당 의장 등 여권 일부에서 제기되는 ‘선(先) 사과론’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신행정수도 건설 헌법재판소 위헌결정 이후 한나라당의 이념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이 더욱 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이 총리가 혼선을 거듭하고 있는 여당의 정국운영 가닥잡기에 나섰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나라당과의 대치가 길어질수록 국회 파행의 원인을 제공한 이 총리로서는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총리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과 이 총리가 조금씩 물러서며 결국 해결점을 찾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도 ‘이 총리 파면요구’에 대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고, 해임 건의안 역시 처리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선택 폭이 좁다"며 "이번 파행사태는 양측에 대한 비난여론이 증폭될 내주 초 해결의 고비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주희기자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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