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요? 세월만 낚고 있죠. 지금은 누가 끝까지 버티나 시합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내년 말이면 숨통이 트이지 않겠습니까? "마포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모(40)씨의 푸념이다. 집을 사려고 사무실을 찾는 사람이 보기 드문 데다 간간히 오는 전화도 실제 매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가물에 콩 나는 것보다 더 드물다"는 것이다.
급매물마저도 쌓이고 있는 형편이다. 김씨는 "지금은 급매물도 골라서 사는 실정이고 그나마 수요자가 있으면 다행일 정도"라며 "주변시세 중에서 가장 싼 값에 집을 내놓으면서 ‘500만~1,000만원은 더 깎아줄 수 있다’며 매매를 부탁하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심리적 저항가격’, 곧 앞으로 집값이 떨어져도 이정도 이하로는 가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선에 내놓기 전엔 안 팔린다는 얘기다.
주택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한 건 5월 이후다. 10·29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에도 매매가 줄긴 했지만 급한 물건들은 그나마 거래가 됐다. 김씨는 "5월께 용산이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됐는데 10·29 대책의 후속조치인 주택거래신고제가 현실화 하자 신기할 정도로 거래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비 정도라도 버는 사무실은 10개 중 2,3개밖에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월세도 현저하게 줄었다.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자금력이 떨어지는 집주인은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세입자가 발이 묶이거나, 아예 집주인과 세입자가 1,000만~2,000만원을 내려 자체 계약하면서 중개업소에 물건을 내놓는 경우가 줄었다. 김씨는 "매물이 예전보다 30~40% 정도는 줄었다. 10·29 조치 전에는 20평형대의 전·월세 물건은 1,2주면 나갔는데 지금은 3,4개월이 되도 그대로 있다"고 말했다.
8월 상계동에 살다가 영등포로 이사 하려던 이모(36)씨는 전세계약을 했다가 손해를 봤다. 이씨는 "회사 사무실이 여의도로 옮기는 바람에 영등포에 전셋집을 생각 없이 계약했다가 상계동 집이 빠지지 않는 바람에 계약금 150만원만 날렸다"며 "상계동 집주인과 상의해 전셋값을 1,000만원 낮추고 날린 계약금 50%를 보상 받기로 하고 전셋집이 나갈 때까지 당분간 그대로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면서 문을 닫는 중개업소도 많다. 서울 강서구에서 중개사무실을 운영하는 함모(45)씨는 "주변 30여개 사무실이 모임을 갖고 있는데 최근에 5개 사무실이 영업을 중단했다"며 "데리고 있던 직원들도 내보내 ‘나홀로 중개업소’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말 현재 중개업소는 지난해에 비해 4,900여개가 늘어난 반면 1,329곳이 휴업하고 1만387곳이 폐업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업자는 "아무리 불경기라고 하더라도 부동산 경기 사이클이 있는 것인데 내년 상반기를 지나면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내년 말이 지나면 노무현 대통령 레임덕현상도 나타날 거라고 하던데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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