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1996년 이후 우리 기업들이 외국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해당국 정부에 낸 벌금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전자업체와 모피업체 등이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 가격 담합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등 외국 정부의 공정거래 정책이 한국 기업을 견제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2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의 당국은 2001년 제일제당과 대상저팬(대상의 일본 현지법인)에 핵산조미료 가격담합을 이유로 각각 300만달러와 9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한국 기업에 총 464만달러(55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또 EU 당국은 1998년 2월 삼성전자에 대해 기업결합 승인 신청을 지연했다는 이유로 3만3,000유로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12월까지 10개의 한국기업에 대해 총 7,984만유로(1,004억원)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이 외국에 낸 벌금 총액은 1,060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공정위가 최근 6년간 국내 기업으로부터 징수한 연 평균 과징금(1,128억원)과 맞먹는 규모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에 대해 외국의 당국이 가격 담합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경우 미국 법무부로부터 외국의 다른 업체와 담합해 1999년 7월부터 2002년 6월까지 반도체 D램 가격을 끌어올린 혐의에 대해 조사 받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이미 독일 반도체 업체인 인피니온에게 1억6,0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도 경우에 따라서는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진도모피 등 우리나라 6개 모피업체도 미국의 당국으로부터 모피 원료 구매과정에서의 불공정 행위 여부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경쟁당국은 공정한 경쟁질서 유지를 명목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경쟁력이 약화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각종 정보 및 자료획득을 위해 주요 국가의 당국과 양자 협력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을 방문 중인 강철규 공정위원장이 현지시각으로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마리오 몬티 EU 경쟁담당 위원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한편, 미국과는 내년 상반기께 협정 체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