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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250> 지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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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250> 지로두

입력
2004.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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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2년 10월29일 프랑스 소설가 겸 극작가 장 지로두가 오트비엔주 벨라크에서 태어났다. 1944년 파리에서 졸(卒). 가난한 시골 소년 지로두는 프랑스 공화주의의 은덕을 입어 파리에서 공부할 수 있었고, 프랑스의 모든 예비 지식인들이 선망하는 파리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지로두의 작품들은 20세기 프랑스 문학이 낳은 가장 개성적인 산문들을 품고 있지만, 그가 고등사범학교에서 공부한 것은 독일 문학이었다. 그는 학교 졸업 뒤 몇 차례 독일에 머물며 낭만주의 문학을 연구했다. 독일 낭만주의는 고대 그리스 문화와 더불어 지로두의 문학과 세계관을 살찌운 자양분이었다.지로두는 잠시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강사 노릇을 하기도 했지만, 귀국해서 그가 생업으로 삼은 것은 학문이 아니라 공직이었다. 그는 28세 때인 1910년 외무부에 들어가 58세 때인 1940년 정보국장직을 사임하기까지 30년간 외무 공무원으로 일했다. 그리고 틈틈이 소설과 희곡을 썼다. 인간과 초자연의 중간적 존재로서 영웅이 한계 상황에서 겪는 고뇌를 그린 ‘트로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1935) 같은 희곡은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무대에 오른 바 있다. 외교관으로 겪은 체험은 지로두의 작품 속에 실제로 스미기도 했다. 1926년 소설 ‘벨라'는 개방외교를 주장한 필리프 베르틀로와 민족주의 외교를 강하게 밀어붙인 레몽 푸앵카레 사이의 갈등을 소재로 삼은 것이다. 베르틀로의 실각으로 이어진 프랑스 외무부 내의 이 갈등을 소설에 담으면서 지로두는 명백히 개방외교 편에 섰다.

지로두가 외무부를 떠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초반에 프랑스가 독일에 패했기 때문인데, 대학 시절부터 독일 문화에 흠뻑 빠져 자신의 작품들 속에서 독일 사랑을 거리낌없이 드러냈던 그가 히틀러나 괴벨스 같은 기괴한 독일인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궁금하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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