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8일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른 대안의 청사진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신행정수도 건설을 그대로 강행하지는 않되 청와대와 국회를 제외하고 다수의 행정부처를 충청권으로 옮겨 행정특별시 또는 행정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의 윤곽을 밝혔다.노 대통령은 "장수가 투구가 찌그러지고 갑옷이 누더기가 되면 똑 같은 실력을 갖고 있어도 영이 서지 않는다"면서 "저는 국회 결의를 믿고 정책을 추진하다가 그만 암초에 부딪쳐서 투구가 좀 찌그러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번 결정에 대해 승부의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면서 "결국 시간이 지나면 어느 쪽도 승자도 패자도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 출장 중인 김태호 경남지사를 제외한 15개 시도지사들은 이날 ▦ 상생 발전의 큰 틀 속에서 국가균형발전 및 지방분권 추진 ▦ 난국 수습과 국민 희망을 위한 중앙과 지방의 공동 노력 등 2개항에 합의했다. 다음은 발언록.
◆노 대통령-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단지 충청권의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균형발전으로 봐야지 특정 지역의 이해로 보면 제대로 풀 수 없다. 지혜를 모아가자. 일반적으로 행정수도가 안 되니까 행정도시로 하자고 하지만 아무 결정도 못 내렸다. 행정도시라고 하더라도 규모는 얼마로 할 것인지, 공공기관 일부가 신행정수도로 예정된 지역에 자리잡아야 한다는 등 여러 논의도 나오고 있다. 오늘의 문제가 아닌 30, 50년 후의 한국 미래를 놓고 논의해보자.
◆염홍철 대전시장-신행정수도는 반드시 건설돼야 한다. 꿩 대신 닭이라고 작은 행정도시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태환 제주지사-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에 차질이 빚어지면 안 된다.
강현욱 전북지사-헌재의 결정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정부가 수도권과 합의를 해서 취지가 가장 적게 훼손되는 방향으로 추진해달라.
◆이원종 충북지사-충청권의 목소리는 첫째 헌재 결정을 수용할 수 없고, 둘째 행정수도 건설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심대평 충남지사-신행정수도 문제를 충청권만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지방이 골고루 발전하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 강화가 어렵다.
◆박준영 전남지사-수도권, 충청권 모두 지역 이기주의 차원의 목소리를 내지 말고 큰 틀에서 봐야 한다.
◆손학규 경기지사-대통령은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조건 없는 승복으로 국론 분열을 막아야 한다. 수도 이전 계획과 논의를 중지해야 한다. 국가의 부를 늘려서 낙후 지역을 지원하는 상생의 길로 가자.
◆이명박 서울시장-신행정수도가 안 되면 다른 것도 안 된다는 생각은 곤란하다. 혁신도시·기업도시 등은 훌륭한 계획이다.
◆안상수 인천시장-정치적으로 부딪치는 것은 역사에 맡기고 서로 충돌하지 않는 균형발전, 지방분권 중심으로 강력히 추진해주기 바란다.
◆노 대통령-충청도민들도 원안대로 가기를 바라겠지만 헌재 결정에 저촉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신행정수도 건설 또는 큰 행정기능의 이전 이외에 수도권 과밀 해소 방법이 있겠는가. 수도권과 지방이 합의해 수도권은 동북아중심으로, 지방은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큰 틀에서 사고해달라. 한나라당도 대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김광덕기자 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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