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찾기까지 9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은 쌍용차가 결국 5억 달러에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상하이자동차(SAIC)로 매각됐다. 특히 상하이차는 중국산 자동차 부품이 쌍용차에 공급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혀, 앞으로 쌍용차 가격인하여부 등에 따라서는 국내 자동차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에게도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쌍용차 채권단과 상하이차는 28일 오후5시30분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쌍용차 매각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행사에는 상하이차 천샹린 동사장(회장), 후마오위엔 총재(사장) 등과 최동수 조흥은행장, 소진관 쌍용차 사장 등이 참석했다.
상하이차는 이 자리에서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쌍용차 지분 48.9%를 주당 1만원(매각대금 약 5억 달러)에 인수했다. 상하이차는 또 쌍용차의 모든 임직원의 고용을 승계하고 쌍용차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 투자를 계속키로 했다. 상하이차는 2007년까지 40만대 생산체제(내수 20만대, 서유럽수출 10만대, 중국 수출 10만대)를 구축, 쌍용차를 세계적인 레저용 차량(RV) 전문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방침이다. 상하이차는 그러나 정확한 투자액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후마오위엔 총재는 이날 "상하이차는 글로벌 경영전략에 유리하다는 판단아래 쌍용차를 인수했고 쌍용차에게도 중요한 발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상하이차 협력사의 부품이 쌍용차에 공급될 수도 있고 쌍용차는 상하이차의 판매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 진출을 확대하는 등 상호 보완적이고 윈-원이 되는 일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이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유럽 부품 업체들이 이미 중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쌍용차가 유럽에서 수입하는 부품에 한해 필요할 경우 중국에서 공급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값싼 중국산 자동차 부품이 쌍용차에 공급됨으로써 완성차 가격을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국내 자동차 시장 경쟁을 한층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레저형승용차(RV)를 주력으로 하는 쌍용차 기술과 중국 최대 자동차그룹인 상하이차의 풍부한 자본,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후광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자동차 시장이 지각 변동을 겪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올 1~9월 업체별 내수시장 점유율은 현대 50.2%, 기아 23.2%, GM대우 9.4%, 쌍용 9.3%, 르노삼성 7.3% 등이다. 특히 상하이차는 영국 MG로버사 인수까지 추진하고 있어 쌍용차는 중국 뿐 아니라 유럽 진출 교두보도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국으로의 자동차 기술 이전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에서 생산된 저가 자동차가 국내 유입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상하이차의 쌍용차 인수로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차의 토착계와 GM대우, 르노삼성, 상하이쌍용 등 외국계로 크게 양분될 전망"이라며 "특히 상하이차는 최근 공격적인 몸집 불리기로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1996년부터 새 주인 찾기를 시도, 삼성과 다임러 벤츠 등 국내외 기업과의 접촉을 거쳐 98년 대우그룹에 편입됐으나 대우차 부도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3월에는 중국의 란싱그룹과 매각작업을 진행하다 협상이 결렬됐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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