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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저주는 나의 힘…굿바이 밤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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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저주는 나의 힘…굿바이 밤비노"

입력
2004.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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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노는 벌써 보스턴을 용서했다."28일(한국시각)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의 보스턴 레드삭스 응원석(3루쪽)엔 팻말 하나가 내걸렸다. 미 프로야구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 4차전은 단 한명의 세인트루이스 타자만 남겨뒀다. 9회말 2사 렌테리아의 타구는 속절없이 보스턴 마무리 키스 폴크에게 굴러갔다. 보스턴이 ‘86년 저주’를 끊고 ‘가을의 전설’이 되는 순간이었다.

86년을 괴롭힌 저주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이날 경기는 싱겁다 못해 평범했다. 승부의 추는 이미 3회에 조니 데이먼의 선취 솔로홈런(1회)과 트롯 닉슨의 2타점(3회)을 엮은 보스턴으로 기울었다. 세인트루이스 타선은 데릭 로우의 싱커 앞에 7이닝 동안 3안타로 침묵했다.

감동의 드라마는 경기 후에 시작됐다. 우승의 주역인 25인의 전사(로스터)는 차례로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녹색 그라운드 위에 감격의 포옹이 이어졌다. 혈투(血投)를 선보인 커트 실링과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 앙숙 뉴욕 양키스를 무찌르고 3연패 수렁에 빠진 팀을 구한 데이비드 오티스와 조니 데이먼, WS 최우수선수(MVP) 매니 라미레스까지.

역대 최강의 선수진도 쓰지 못했던 역사를 25인의 전사가 창조했다. 그 뒤엔 ‘서른 잔치’를 준비한 테오 엡스타인(30) 단장의 영민한 뒷바라지가 있었다. 예일대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최연소 단장인 엡스타인은 뉴욕 양키스처럼 ‘스타제국’을 꿈꾸기 보단 팀의 짜임새, 즉 팀워크에 신경을 썼다. 그는 "내가 키운 보스턴을 내가 우승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1903년 WS 초대 챔피언이었던 보스턴은 1918년까지 다섯 차례나 정상에 오른 명문 구단이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한차례도 정상에 오르지 못하며 밤비노의 저주란 괴담에 시달려왔다. 보스턴은 46, 67, 75, 86년 등 4차례 WS에 진출했지만 어처구니 없는 실책 등으로 통한의 역전패(3승4패)를 당하곤 했다.

보스턴은 이날 우승으로 4전5기 끝에 미 프로야구에 새장을 열었다. 특히 애너하임 에인절스(2002), 플로리다 말린스(2003)와 함께 3년 연속 와일드카드 팀이 우승반지를 끼는 이변을 이어갔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절반의 몫’도미니카 3총사 페드로·오티스·라미레스 팀 위기때마다 해결사로

86년 저주를 푼 해결사는 ‘도미니카 3총사’였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미 프로야구 100번째 ‘반지의 제왕’으로 등극하던 28일(한국시각). 부시스타디움엔 성조기 대신 도미니카공화국 국기가 레드삭스 깃발과 함께 나부꼈다. 월드시리즈(WS) 3차전 승리의 주역인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33)가 펼쳐 흔든 것. 중미의 작은 섬나라 도미니카공화국은 그의 고향(마노구아야보)이다.

그뿐이 아니다. WS 최우수선수(MVP) 매니 라미레스(32)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MVP 데이비드 오티스(29) 역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산토도밍고)이다. 이들 도미니카 3총사가 보스턴 우승의 일등 공신이다. 3총사 모두 처음 껴보는 우승 반지였다.

3총사는 포스트시즌 내내 고비마다 보스턴을 수렁에서 건졌다. 첫번째 주역은 ‘빅 파피’ 오티스. 그는 앙숙 뉴욕 양키스에게 내리 3연패를 당한 뒤 패색이 짙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4, 5차전에서 2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홈런1개 포함)를 때려 우승의 반석을 놓았다.

7년 동안 빨간 양말만 고집한 투수 마르티네스는 마지막 승리를 선사했다. 1, 2차전을 이기고도 고배를 마셨던 1986년 WS 악몽을 비웃기라도 하듯 마르티네스는 초반 부진을 털고 WS 3차전을 7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라미레스(WS 17타수7안타4타점, 타율 4할1푼2리)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포스트시즌 17경기 연속안타를 때렸고, 우승을 사실상 확정한 3차전에선 결승홈런을 터뜨렸다. 그 덕분에 MVP에 선정됐고 올해 아메리칸리그 홈런왕(43개)의 공을 인정 받아 ‘2004행크아론상’까지 수상했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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