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공경해야 한다는 경로사상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뿌리 깊은 정신이고, 지극히 당연한 사상이다. 따라서 경로사상의 실천은 제도적, 관습적으로 보장되어 있고 대다수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혀 있다. 그런데 공경이라는 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참된 것이지 의무감 때문에 억지로 하게 된다면 그 의미는 퇴색되고 만다.나는 학생이라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데 지하철에서 보면 노인을 공경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또 노인분들이 젊은이들을 배려해 주시는 모습에서 공경심과 아름다움을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나는 얼마 전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한 할아버지께서 신문을 양 옆면을 다 펼치시고 자리를 넓게 앉아계셨다. 경로석도 아니었다. 그 때 사람들이 많이 타자 옆에 있던 아주머니께서 할아버지께 한 사람 더 앉을 수 있게 조금만 옆으로 가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그러자 할아버지께서는 버럭 역정을 내시며 "너 몇 살이나 먹었어?" 하고 소리를 치셨고 일순간 전철 안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무안해진 아주머니는 고개를 푹 숙이시고 작은 목소리로 뭐라 뭐라 하셨지만 할아버지는 엄청 큰 목소리로 "이 여자가 늙은이를 밀어내려고 한다"는 등 계속 역정을 내셨고, 아주머니가 내린 뒤에도 분이 안 풀리시는 듯 말리던 사람들에게도 분풀이를 하셨다.
최근 들어서만 이와 비슷한 광경을 두어 번이나 더 목격했다. 대개의 경우 노인분이 큰소리를 내시면 젊은 사람들은 가만히 참거나 피해버리는데 그 정도가 지나쳐서 주변 사람 모두의 싸움이 돼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때로는 화 내시는 노인분을 더 연로하신 노인분이 질책하는 광경도 본 적이 있다.
공경심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참된 것이고, 이는 상호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본 몇몇 경우처럼 어떤 상황에서든 무조건 나이에 맞는 대접만 받으시겠다는 모습은 젊은이의 눈으로 보기에 안타깝다. 물론 대다수 노인분들은 예우를 받기에 충분한 인격과 연륜을 지니고 있으시다는 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부의 노인분들 때문에 나 같은 젊은 사람들에게 왜곡된 노인상이 형성될까 우려 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는 노인과 젊은이가 서로를 진심으로 배려하는 아름다운 광경만 보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tmfrl8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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