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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맛있는 주말-남도의 맛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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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맛있는 주말-남도의 맛을 찾아서

입력
2004.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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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평야에서 수확되는 풍부한 농산물, 물 맑은 하천에서 잡히는 민물고기, 개펄에 숨겨진 낙지와 바지락, 서해와 남해로 이어지는 해안에서 공급되는 다양한 횟감까지…. 흔히 남도라고 부르는 전라남도에는 먹거리가 풍족하다. 하늘과 땅, 대륙과 해양의 힘이 끊임없이 만나는 남도에서 생산되는 각종 재료에는 후덕한 인심과 어머니의 손 맛까지 더해진다. 식욕의 계절 한가운데 남도 음식들을 한 상에 차려 놓은 먹거리축제가 열렸다. 20~25일 전남 순천시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열린 제11회 남도음식문화큰잔치. 매년 열리는 이 축제에는 남도 22개 시ㆍ군의 음식명가들이 총출동한다. 남도 음식들은 지역 마다 제 각각의 맛을 자랑한다. 낙지요리, 곰탕, 메기찜, 서대회 등 음식의 맛과 조리법 등에는 그 지역의 문화와 전통이 담겨 있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넉넉함과 푸근한 손 맛을 볼 수 있는 남도로 음식여행을 떠나보자./순천=글· 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장흥 키조개구이 여다지식당 (061)862-1041

쫀득쫀득 씹히면서도 입 안에 감도는 부드러운 육질의 맛. 장흥 앞 바다에는 키조개가 많이 난다. 영양분이 풍부한 개펄에서 자란 이 곳의 키조개는 질길 듯 질기지 않으면서도 쫄깃한 것이 특징. 모래가 많은 해안에서 자란 키조개에 비해 살이 연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자랑이다. 한 점 먹어 보면 ‘키조개는 질기다’라는 인식이 뒤바뀐다.

키조개는 프라이팬에 은박지를 깔고 구워먹는 구이 요리(사진)가 주종이다. 동그스름한 모양의 살점은 키조개 요리의 핵심이라는 관자 부위. 불 위에 올려 놓고 잠깐 기다리면 금방 익는다. 다 익었다는 것은 노르스름하게 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소금에 찍어 한 점 입에 넣어 보면 살이 부드럽고 연하다. 한 판 2만4,000원.

그렇다고 다 익지 않았을까 염려할 일도 없다. 신선한 키조개는 회로도 먹기 때문. 날로, 반만 익혀 회 먹는 기분으로 먹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살점이 얇고 길다란 부위는 ‘날갖이’로도 불리는 아가미살. 약간 질겨 씹는 맛으로 먹으면 맛있다. 전복죽처럼 키조개를 잘게 썰어 죽으로 만든 키조개죽은 식사 메뉴나 노약자들의 건강식으로도 최고다. 손님이 보는 앞에서 바지락을 까서 알맹이로만 회를 무쳐주는 바지락회도 일품이다.

●장성 메기찜 초야식당 (061)394-5425

섬진강 상류의 깨끗한 물에서는 메기가 많이 잡힌다. 여자들의 갱년기 식품으로 좋다는 메기는 신장과 간을 보하고 혈액순환도 도와줘 먹으면 피부가 좋아지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장성읍에서 맛있는 식당들이 모여 있다는 미락단지에 있는 초야식당에서는 자연산 메기 맛을 볼 수 있다. 이 집의 전매특허는 메기찜(사진). 흔히 먹는 메기탕과 달리 메기찜은 메기 고유의 맛을 더 느낄 수 있다. 메기를 잘 손질해 천연양념을 넣고 30여분 약한 불에 졸이면 메기찜이 완성된다. 살점을 떼내 먹어 보면 처음에는 쫄깃한 듯 싶은데 금방 입안에서 녹아 버린다. 얼큰한 듯 담백한 양념도 맛을 더해준다. 양념에 무쳐진 깻잎과 미나리 버섯 고추 등은 공기밥에 비벼 먹기에는 그만이다.

천연양념은 여전히 젊고 고운 목소리를 간직하고 있는 안주인 이정례(58)씨가 손수 개발한 것.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얼큰한 맛이 나는 것은 그만의 비법 때문이다. 민물에서 갓 잡아온 메기에 천연향이 들어가니 그는 "천렵맛이 난다"고 표현한다. 이 맛 때문에 이 집 메기찜은 남도음식축제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1인분 500g에 2만원. 보통 메기찜 1인분에는 메기가 메기탕의 3배 정도 들어간다. 천연소스를 발라 구운 장어구이와 녹두빈대떡도 놓치지 않을 대표 먹거리다.

●곡성 은어 구이 용궁산장 (061)362-8346

옛날 섬진강에서 잡힌 은어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을 정도로 이름 높은 남도 메뉴다. 씹으면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수박 냄새가 난다는 것이 은어의 매력.

곡성의 용궁산장에서는 다양한 은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석쇠에 잘 구운 은어를 왕소금에 찍어 먹는 은어 구이(사진)가 대표 메뉴. 한 접시에 6~7마리가 올라 온다. 2만원. 은어회는 초장이나 고추와 마늘, 기름장을 함께 섞어 놓은 된장에 찍어 먹는다. 한접시 1만5,000원. 은어 조림이나 은어튀김 등도 잘 나간다.

이 집의 또 다른 전문 메뉴는 참게탕. 집된장에 참게와 우거지, 들깻물 등을 넣고 끓여내는데 고소하면서도 시원하다. 들깨의 걸쭉한 맛도 우러난다. 국물 한 숟갈을 떠 먹어 보면 된장과 들깨 맛이 강하다.

‘참게 맛은 어디 있나’ 찾을 즈음 입안에 참게 향이 감돈다. 묘하게도 시간차를 두고 게 맛이 나는 셈. 국물 위에 얹혀져 있는 미나리와 파 양파 팽이버섯 등도 맛을 더해준다. 간장에 조선고추 마늘 생강 등을 넣고 담근 참게장도 짭짜스름한 시골 장맛이 난다. 참게장 중 작은 것은 1년 내내 서비스로 손님 상에 반찬으로 오른다.

●영암 갈낙탕 제일식당 (061)472-3729

옛날 바다였다가 영암호가 돼버린 지금 영암 앞 바다에서는 낙지가 많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예부터 이어 내려온 맛깔스런 낙지 요리의 명맥은 여전하다. 낙지를 매운 양념에 무쳐 먹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듯 영암에서는 낙지 요리가 다양하다. 세발 낙지를 나무 젓가락에 휘감아 구워내는 낙지구이와 남도의 향이 살아 나는 갈낙탕은 이 곳의 대표 메뉴. 원래 젓가락이 아닌 볏짚에 낙지를 감아 구워낸 낙지구이는 이 곳 제사상에 오르던 음식. 양념을 발라 숯불이나 철판에 구워낸 낙지는 맛이 고소하다. 간장과 물엿, 고추장 등이 적절히 배합된 양념은 매콤달콤하면서도 짭짤하다. 마리당 작은 낙지는 3,000원, 굵은 낙지는 3,500원.

뚝배기 한 가운데 낙지 머리가 둥둥 떠 있는 모양의 갈낙탕(사진)도 빼놓을 수 없다. 갈낙탕이라면 갈비탕에 낙지를 넣은 것 같은 인상이 강한데 여기 갈낙탕은 낙지탕에 갈비를 넣은 것 같다. 기름을 떼내고 숙성시킨 소갈비를 끓이다가 마지막 순간에 낙지를 넣고 끓여낸 국물 맛은 담백하면서도 시원하다. 1만2,000원.

●나주 나주곰탕 탯자리나주곰탕 (062)652-7788

나주에서는 곰탕이 하얀 빛깔을 띠지 않고 맑기만 하다. 이름하여 나주곰탕(사진). 양지와 사태목심 사골 등 소의 여러 부위살에 배와 파 생강 마늘 양파 고추 등을 넣고 20시간여 푹 고아 낸 나주곰탕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서민음식. 뜨끈한 국물 한가운데 고기 살점을 몇점 얹어 먹는 국밥 형태로 옛날 풍부했던 나주의 물류와 인심이 배어있는 음식이다.

곰탕을 끓여내는 가마솥은 두개가 있는데 첫 번째 가마솥의 국물은 제법 뽀얗다. 그런데 두번째 끓이는 가마솥 국물은 말갛다. 소의 뼈와 고기 등 부위를 적절히 배합하고 적당히 우러나도록 끓이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맑은 국물을 뽑아내는 비결. 수의사 출신인 탯자리나주곰탕의 주인 이함박씨는 "밤에는 불을 약하게, 새벽에는 강하게 하는 등 여간 정성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고 소개한다.

끓여낸 국물을 뚝배기에 담고 깨와 계란 지단, 파, 고춧가루 등을 뿌려 먹는데 밥알에도 육수 향이 배어 있는 듯 하다.

●여수 서대회 해변의집 (061)651-9375

여수에 가면 서대회를 빼놓을 수 없다. 남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서대회요리는 여수의 명물. 제사상에는 꼭 올라가던 서대는 원래 매운탕이나 말린 후 쪄서 먹었는데 요즘은 회무침(사진)으로 많이 먹는다.

서대회 무침은 야채와 함께 나온다. 새콤달콤한 소스에 무쳐서 나오는데 야채의 숨이 살아 있는 것이 보기부터 색다르다. 이는 서대회를 소스에 먼저 무친 후 야채를 넣어 살짝 버무리는 것이 비결. 야채가 짓눌리지 않도록 손놀림이 빨라야만 된다. 그래서 무침인데도 야채가 푹 죽어 있는 것이 아니라 돔 형태로 서 있는 듯 하다. 야채를 씹어 봐도 사각사각하다. 횟감도 싱싱한 맛이 입안에 맴돈다. 소스는 식초를 베이스로 만들어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더해져 젊은 사람들도 좋아한다. 살점은 쫄깃하기 보다는 무른 편인데 조그만 것은 뼈째로 썰어서도 나온다. 공기밥을 시켜 밥에 싸 먹으면 훌륭한 쌈 메뉴가 된다. 연한 우거지 된장국도 같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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