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우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우울

입력
2004.10.29 00:00
0 0

휘하의 군인들을 전투에 나가게 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하는 두 장군이 있다고 하자. 한 장군에게는 부대가 전략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다른 장군은, 그렇기도 하지만, 병사 각 개인의 생명을 일일이 인식하고 있고, 또 그 가족들의 생명까지도 일일이 인식하고 있다. 어떤 장군이 결정을 더 쉽게 할 수 있을까. 각 개인에 대한 인식을 덜하는 장군이 더 쉬울 것이다. 그 이유는 보다 완전하게 인식하는 데 따르는 고통을 견뎌 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스캇 펙 박사가 결정의 고통에 대해 내놓는 설명이다. 기업체의 회장이나 권력자, 의사 교사 부모가 되는 데에도 똑 같은 문제가 내포돼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가장 결정을 잘 하는 사람들은 그 결정에 따르는 고통을 기꺼이 감수할 용의를 가진 사람들이고, 한 사람이 얼마나 위대한가는 고통을 감수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펙 박사는 말한다. 결정이 고통스러운 것은 버려야 할 것을 버려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 수 많은 정신치료와 상담을 했던 펙 박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 저버릴 필요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적합한 것들을 포기하는 괴로움을 감당해 내지 못한다. 아예 그럴 마음이 없거나 그 고통을 감당할 형편도 못 된다는 것이다. 때로는 영원히 옛날 식 그대로의 생각과 행동에 매달리게 되고, 그 결과 위기를 극복해 내지 못하고, 성장하지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전에 중요시 하던 것들과 사물을 보는 방식을 포기해야 할 때 사람들은 우울증을 겪는다고 그는 진단한다.

■ 행복의 반대는 비애가 아니라 우울이라는 말도 있지만 누구도 언제나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외국의 한 속담은 하루에 한 번쯤 우울해지지 않는 사람은 바보라고 했다. 그러나 우울증을 감기 정도로 우습게 보다가는 큰 일 난다고 의사들은 경고한다.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 아니라 뇌 기능에 변화가 일어난 뇌질환이라는 경종이다. 대통령과 국회에, 헌법재판소까지 갈등하는 고래 싸움 속에 새우등 터지느라 우울증도 늘어간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가 내달 1~5일을 ‘우울증 선별주간’으로 정했다고 한다. 이 기간 누구나 무료진단을 해 준다고 하니 한 번쯤 진단들 받아 보시라.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