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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못하는 A/S 팔땐 "평생보장" 수선땐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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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못하는 A/S 팔땐 "평생보장" 수선땐 "글쎄요"

입력
2004.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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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백화점에서 명품 가방을 산 40대 주부 L씨는 얼마 전 이음새 올이 풀린 가방을 수선하다 겪은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울화가 치민다. 백화점 매장 점원이 "이 정도는 국내에서 수선해도 된다"며 가방을 해외 본사로 보내지 않고 가까운 수선집에 맡겼지만 1주일 만에 받아본 가방은 실 색깔도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바느질마저 울어 명품 아닌 명품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L씨는 백화점에 항의한 끝에 배상을 받기로 했지만 "40% 밖에 인정해 줄 수 없다"는 백화점측 말에 다시 기가 막혔다. S씨는 "가방을 팔 때는 평생 쓰는 물건이니까 100만원이 아깝지 않을 거라고 권유하다가 이제 40만원만 인정하다니 물건 팔 때와 수선할 때가 어떻게 그렇게 말이 다를 수 있느냐"며 분개했다.수년 전 명품 붐이 일 때 가방이나 구두 1~2개쯤 사본 이들이 적지않다. 그런데 L씨처럼 몇 년 사용하다가 ‘애프터서비스’(AS) 문제로 곤란을 겪는 소비자들이 많다. 희소성을 자랑하는 해외 수입품이다보니 국내에 수선할 수 있는 부자재가 드물어 오랜 기간과 많은 비용을 들여 해외 수선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소위 명품 브랜드 업체들이 즐겨 말하듯 "대물려 쓴다"는 말이 정말 "평생 AS를 무상으로 해준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브랜드나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무상 보증기간은 신발은 보통 3개월, 의류는 6개월, 길어야 1년이다. 제품을 살 때 보증서에 명기된 기간이 넘으면 수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유상 수선이라 하더라도 품질보증서를 반드시 요구하는 매장도 있기 때문에 몇 년이 지났더라도 품질보증서를 보관해 두는 게 좋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해외 본사에 보내 수선할 경우 기간이 1~6개월이나 걸리고, 수선 재료비 외에 운임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치 않다.

대다수 명품 매장 점원들은 "국내 수선집에 맡기면 빨리 받을 수 있다"며 은근히 알아서 수선할 것을 권유한다. 의류회사에 다니는 S씨는 산 지 1년이 안 된 명품 구두와 가방에 대한 AS를 요구하러 갔다가 "너무 오래 돼서 원래 수선해 주지 않지만 특별히 해주겠다"며 "가방은 해외 본사로 보내야겠지만 신발은 그냥 구두방에서 해결해도 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20대 스타일리스트 C씨도 선물받은 명품 시계의 끈이 떨어져 AS를 받으러 갔다가 "생산된 지 오래돼 고쳐줄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C씨는 명품 시계를 전문적으로 수선해주는 곳을 소개받고 나왔다.

국내에서 명품 제품을 주로 수선하는 곳은 잡화의 경우 명동사(명동점 774-9359, 강남점514-3380, 544-7633)와 강남사(542-2997), 의류의 경우 한길사(515-4790)가 꼽힌다. 명동사는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앞과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건너편에 있고, 강남사는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건너편, 한길사 역시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건너편에 있다.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라면 이 정도는 해 주겠지’ 하는 높은 기대감에 불만을 토로하지만 사실상 법적으로 더 보상받을 길은 없다. 한국소비자보호원 박경희 농업·섬유팀장은 "브랜드마다 정해놓은 품질보증기간이 통상 1년 이내이고, 피해보상 규정에 따른 내구연수도 가죽 소재에 따라 3~5년 정도여서 소비자들이 기대하듯 몇 년이 지나도록 무상 수선을 해주거나 100% 배상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소비자들이 현명하게 선택하고 명품 브랜드 업체들의 차별화한 서비스를 기대해야 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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