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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249> 테드 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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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249> 테드 휴즈

입력
2004.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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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0월28일 영국 시인 테드 휴즈가 68세로 작고했다. 그의 부고 기사들은 휴즈가 1984년 이래 계관시인이었고 고향인 서부 요크셔 방언으로 황량한 영국 풍경과 역사 너머의 신화들을 그려낸 뛰어난 시인이었다는 점보다, 31세로 자살한 미국 시인 실비어 플래스의 남편이었다는 점을 더 부각시켰다. 죽은 뒤에 자신보다 훨씬 더 유명해져 버린 아내는 휴즈의 평생에 짙은 그늘을 드리웠다.아내가 자살하기 5개월 전 휴즈는 애시어 웨빌이라는 유부녀 시인과 사랑에 빠져 집을 나갔다. 그 탓에 휴즈에게는 아내와 자식을 유기한 비정한 남편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플래스가 가스오븐에 머리를 처박고 자살한 지 6년 만에 휴즈의 애인 웨빌 역시 똑같은 방법으로 자살했다. 웨빌은 플래스보다 더 모질었다. 플래스가 잠들어있는 두 아이 곁에 빵과 우유를 마련해놓고 혼자 죽은 데 비해, 웨빌은 휴즈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두 살짜리 딸 슈라와 함께 가스를 마셨다. 휴즈의 삶은 엉망이 되었고, 그는 시와는 무관한 여성과 두 번째 결혼을 한 뒤에야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플래스의 유고 시집과 일기는 모두 저작권 상속자인 휴즈의 편집을 거쳐 나왔는데, 휴즈는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들을 자의적으로 잘라냈다는 비판에 계속 시달렸다. 실제로 그는 자식들이 읽을까 두려워 플래스의 일기 마지막 부분을 없애버렸다고 인정해 욕을 더 먹었다. 휴즈의 시 낭송회는 플래스 숭배자들의 야유와 협박으로 엉망이 되기 일쑤였다. 이 모든 비난 속에서도 평생 플래스에 대해 말을 아끼던 휴즈는 죽기 직전 출간한 시집 ‘생일 편지들'에서 플래스를 회상했다. 시집 속의 플래스는 명민하지만 감정적으로 극히 불안해 늘 자살충동에 휘둘리는 여성이다. 죽은 아내에게 35년간 억압 받고 살았던 남성의 뒤늦은 설욕이라 할 만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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