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세가 심상치 않다. 8일부터 시작된 외국인 순매도 행진은 27일까지 계속돼 연속 순매도 14일을 기록했다. 1995년 이후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며, 1997, 98년의 외환위기라는 비상 시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장 기록이다.◆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여전히 순매수
멈추지 않는 외국인 매도세의 성격을 놓고 증권 전문가들의 분석은 양분된다.
우선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때문에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커졌을 뿐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순매수 상태라는 주장이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의 400만주 자사주 취득에 맞춰 적극적인 이익실현에 나섰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는 1조6,548억원, 삼성전자 순매도가 1조8,969억원으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2,420억원 가량을 순매수한 셈이다. 업종별로도 전기전자와 철강금속을 제외하면 오히려 운수장비, 건설업, 은행업, 의약품, 비금속 등 10여개 업종에서는 순매수를 보였다. 여기에 올 4월 이후 외국인의 매매패턴을 분석해 볼 때 지수 840 이하에서는 순매수세를 보여왔기 때문에 곧 순매수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 27일 외국인 매도세는 눈에 띄게 약화됐다.
◆외국인 순매도 장기화 우려
반면 한국을 떠나 대만 증시로 향하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심상치 않은데다 국내 증시를 둘러싼 악재들도 조기 해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도 확산되고 있어 외국인 매도세가 쉽게 멈춰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LG투자증권은 1995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외국인 순매도가 1조원을 넘어선 경우에는 순매도 연속성이 2~7개월 간으로 길게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2002년 3~9월 사이에는 종합주가지수가 무려 28.4% 하락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도 단순한 차익실현 규모를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나증권은 "과거 자사주 매입기간과 비교해 볼 때 외국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55%대로 크게 떨어졌다"며 "세계 정보기술(IT)경기에 대한 장기전망이 부정적으로 변한 사실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逆수급장세로 전환했나
10월 들어 주가를 지탱하던 연기금이 최근 3일간 순매도에 나서며 주가 하락폭을 키우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1,000억원 가량. 연기금은 8월 중순부터 10월초까지 지속적인 매수를 보이며 외국인매도를 소화하는 역할을 했으나 최근 주가가 급락하자 손절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프로그램 매매도 6,421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10월들어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매도에 나서는 ‘역 수급장세’로 전환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이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이 쏟아낸 순매도 물량이 3조원에 이르면서 역(逆)수급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외국인 순매도 강도가 지난주부터 약화하고 있고 프로그램 매도 물량 역시 소진되고 있기 때문에 11월 중순께면 극심한 역수급장세는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