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에서 헌법재판소를 겨냥한 몇몇 법률의 개정 작업이 가시화하고 있다.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 위헌결정에 대한 불만이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헌재도 변해야 한다"며 ‘헌재 개혁론’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헌재를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돼 야당의 반발을 부를 뿐 아니라, 헌재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우선 눈에 띄는 것은 열린우리당 충청권 의원들이 중심이 돼 추진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이다. 재판관의 자격조건 가운데 법조계 종사기간을 15년에서 10년으로 줄이고, 헌법연구관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는 내용이다. 40대와 학계 전문가의 임용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국회가 추천한 3명 외에 대법원장이 지명한 3명도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했다. 검증시스템을 마련해 입법부가 헌재를 견제하겠다는 얘기다.
이 같은 방침은 헌재 관련규정의 상당 부분이 헌법에 명문화돼 있어 헌재의 근본적인 권한을 축소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됐다. 하지만 김종률 의원은 "장기적으로 개헌 논의가 부각되면 헌재 관련 조항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헌법 규정에 손을 대는 방안까지 언급했다.
이와는 별도로 송영길 의원은 헌법재판관 9인 전원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마련해 의원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송 의원은 "헌재도 재판관 구성에 있어 민주적 정당성과 다양성을 국민에게 검증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당 지도부와 논의된 적은 없다"면서도 "관습헌법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헌재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만큼 입법부가 관련 법률의 개정에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법사위의 한 의원도 "헌재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우리당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의 한 중진급 의원은 "실익도 없이 또 다른 정쟁거리를 만드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도 "당장 헌재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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