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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야산에 그물망…뱀 다 사라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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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야산에 그물망…뱀 다 사라질판

입력
2004.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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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뱀이다!"지난 20일 경기 여주군 북내면 신남리. 농가와 축사들이 밀집한 마을어귀 야산에서 대대적인 수색작전이 벌어졌다. 전날 군 환경보호과에 ‘뱀들이 우글거리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기 때문.

산 중턱에 오른 50여명의 공무원과 군 보신업소 관계자들은 눈을 의심해야 했다. 높이 1c정도의 뱀그물이 나무를 잇대어 3㎞ 가량 산등성이를 휘감고 있었던 것. 동면을 위해 산정상으로 올라가던 까치살모사, 무독사(꽃뱀) 등 뱀 100여 마리가 그물과 70여개의 통발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한 보신업소 주인은 "그물 설치에만 3~4일 정도는 걸렸을 것"이라며 "수백마리 단위로 뱀을 팔아넘기는 전문 땅꾼들의 수법"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뱀잡이 기승, 버젓이 판매 = 파충류양서류 모든 동물의 포획을 전면금지하는 ‘야생동식물보호법’의 시행이 내년 2월로 다가왔지만 마구잡이식 뱀 잡이는 계속되고 있다. 보신을 위해 이를 찾는 고객들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불법적으로 잡은 뱀들은 시중 보신업소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멀기만 하다.

20여개 건강원이 밀집해 전국 최대의 ‘뱀탕타운’으로 알려진 양평군 용문사 일대. 은밀한 뱀거래는 끊이지 않고 있다.

‘토종닭’ ‘뱀닭’ 만 판매한다는 간판을 걸고 있지만, 이들 상당수는 짭짤한 이윤을 보장하는 뱀탕을 취급하고 있다. 뱀은 1마리당 3,000원~1만3,000원꼴로 이곳에 넘겨지지만 뱀탕은 한 그릇에 3만~7만5,000원에 판매된다. 영약으로 통하는 백사(白蛇)탕의 경우 2,000만~3,000만원에도 거래된다.

한 중간거래업자는 "살이 올라있는 ‘상강’ (10월23일) 무렵의 뱀이 몸에 특히 좋다는 소문에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3시간 전에만 연락하면 살모사, 화사 등 어떤 뱀들도 준비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알음알음 거래, 단속 어려움 = 새 법의 시행이 다가오면서 뱀탕업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뱀탕 업자 장경석(55·양평군 용문면)씨는 "보신탕은 양성화하면서 뱀탕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뱀탕만을 요구하는 결핵, 간질환 환자가 우리 가게에만 1,000명이 넘는데 이들은 어쩔꺼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뱀 남획이 계속되고 있지만 당국은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제보가 없으면 적발이 어려울뿐 아니라 고액손님 위주로 ‘알음알음’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주군와 양평군 일대에서 ‘땅꾼’들에 의한 뱀 남획이 자행된다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여주군 차원에서 불법포획기구를 수거한 것도 3년만이다. 올 겨울에도 땅꾼들이 ‘굴파기’ 와 ‘터파기’ 등으로 뱀 동면지를 싹쓸이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당국은 단속계획 조차 세우고 못하고 있다.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이창수 회장(68)은 "무분별한 포획으로 뱀 개체가 현저히 줄어들고, 늘어난 쥐들로 농가와 농작물이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며 강력한 단속을 주문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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