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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뭡니까 이게"

입력
2004.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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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오일필터를 생산하는 경기 용인시 K사는 항상 인력난에 시달리는 업체다. 매달 30만원의 광고비를 내고 생활정보지에 구인광고를 하고 있지만 대표적 3D업종이어서 선뜻 나서는 내국인이 없다. 이 업체는 8월부터 고용허가제가 시행되자 큰 기대를 걸고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 9명의 외국인노동자 공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미 산업연수생 4명을 쓰고 있어 고용허가제로는 외국인노동자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회사 원모(47) 이사는 "매일 야근에 휴일특근까지 할만큼 인력이 부족해 납품기일 맞추기에 전전긍긍하는 실정"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외국인노동자 10명이 출국하면 곧바로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지난 8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시행됐으나 ‘각 업체는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생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의 1사1제도 조항 때문에 기존에 산업연수생을 고용한 기업은 고용허가제로 추가 채용이 불가능해 상당수 3D업종들이 필요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휴대전화 케이스 제조업체인 경기 의왕시 Y사는 정부의 체류연장특혜로 일해 온 외국인노동자 60명이 체류만기로 내년 3, 4월 한꺼번에 출국하지만 이 규정 때문에 대책이 없다. 지난해부터 산업연수생 5명을 쓰고 있는 이 회사는 대체인력 준비를 해야 하지만 연수생을 내보내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다. 10명의 외국인인력을 신청했다 포기한 이 회사 관계자는 "산업연수생을 포기해야 하는데 숙련공을 당장 어떻게 내보내느냐"며 "왜 이런 황당한 규정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상당수 3D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3D업종 대부분이 이미 산업연수생을 쓰고 있어 필요인력이 있어도 신청을 아예 포기하거나 고용허가제 구인신청을 했다가 퇴짜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만1,000개 업체에 5만7,000여명의 산업연수생이 있으며 이 가운데 82%가 내국인들이 취업을 꺼리는 50인 이하 중소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정부가 1사1제도 규정을 둔 것은 고용허가제가 임금 보험혜택 등에서 외국인노동자에게 유리해 두 제도가 한 회사에서 공존할 경우 외국인노동자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고 관리가 까다롭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 제도는 공장의 인력 수급보다는 단순히 관리편의를 위해 만든 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의 인력부족률이 6.5%에 달하고 정부가 고용허가제에 대한 홍보를 강화했는데도 업체로부터 들어온 외국인인력 구인신청은 현재 1만여명으로 연말까지 이 제도로 공급 예정인 2만5,000명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경기지역 3D업종 관계자는 "고용허가제든, 산업연수생제든 공장에 허가된 만큼 필요인력을 공급해 줘야 할 것이 아니냐"며 "두 제도를 빨리 일원화하든지 1사1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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