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일부 과점신문의 갈등이 이전투구 양상을 띠고 있다. 이해찬 총리가 유럽순방 중 조선, 동아일보를 들어 "정권을 농락하는 역사의 반역자"라고 말하자, 두 신문은 사설 등을 통해 ‘특정 신문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 ‘정권 전체의 적개심’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이어 두 장관이 총리 발언에 공감을 표했고, 두 신문은 다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민주주의 사회는 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정부와 언론의 갈등과 대립은 일정한 범위에서 생산적이다. 표현의 자유는 정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견제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에게 지지 기반을 확산시키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다양한 정보와 여론을 전달 받음으로써 국민의 협조와 지지 속에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이 경우 정부와 언론의 윈윈(win-win) 전략도 가능하다. 그러나 함께 승리하기 위한 전제는 건강한 대립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합리적 인식과 성숙한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먼저 과점신문의 반발 배경과 논리에 주목해야 한다. 과점신문의 지속적인 반발은 개혁정책으로 인해 손상될 기득권의 위기에서 나온 것. 언론관계법안에 포함된 시장점유율 제한으로 초래될 과점신문의 시장 축소와 다양한 신문의 공존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점신문이 횡포에 가까울 정도로 언론의 자유를 누린다고 볼지라도, 언론의 자유 일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논리가 시민들에게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정부는 이제 과점신문의 틀에서 벗어나 전체 신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고, 강화해야 한다. 과점신문에 대한 구원(舊怨)과 사감(私感)에 얽매인 정책으로 언론 개혁을 이룰 수는 없다. 오히려 원활한 정책을 위해 과점신문의 논조에 영향을 받는 독자층을 포용해야 한다.
이러한 바탕에서 언론정책 방향의 주요 원칙으로 신문시장의 공개와 독자의 알권리 실현이 제기된다. 그 동안 신문시장은 부정확한 판매부수와 불공정한 판매 방식으로 광고주와 독자에게 많은 불편을 안겨줬고, 불신을 자초했다. 광고주는 신문 광고를 기피하고, 독자는 경품의 유혹에 시달린다. 신문시장의 공개를 제도화한다면 모두에게 투명하고 합리적인 행동을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언론 정책을 펼 때 신문은 매체일 뿐, 독자가 주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시장점유율 제한 정책과 신문사 경영정보 공개도 그것이 여론의 다양화와 독자의 알권리에 얼마나 기여하는지가 기준이 된다면, 과점신문도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정치인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보다 차라리 정부 없는 신문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후, 언론 자유를 남용하는 신문에 대해 법적 조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언론과 정부의 갈등관계는 상식이다.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언론의 대응이 지나칠 수도 있다. 이럴 때조차, 아니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볼테르가 말했듯이 "내가 비록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지라도 당신의 말할 권리는 최후까지 지키겠소"라는 정신으로 언론 정책을 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정부는 과점신문이 아니라 시민으로부터 감동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영산대 매스컴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