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주목받는 인도에서 구구단이 아닌 십구십구단까지 가르친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IT의 강국으로 떠오른 인도의 저력이 혹시 십구십구단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어 우리나라의 어느 초등학교에서도 시범적으로 십구십구단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인도는 전통적으로 수학 강국이다. 특히 수학사의 암흑기였던 중세에 그나마 인도의 수학이 있어 수학사의 공백을 메워 주었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는 원래 인도에서 만들어져 아라비아로 전파되었는데, 앞의 인도를 생략한 채 아라비아 숫자라고만 부르니 인도로서는 억울할 것이다.
우리는 아라비아 숫자를 워낙 오래 동안 사용해와 그 편리함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사실 아라비아 숫자는 대단한 발명품이다. 예를 들어 234를 로마숫자로 적는다면 100을 나타내는 C를 두 번 적고, 10을 나타내는 X을 세 번 적고, 5에서 1을 뺀다는 의미로 IV를 배열한 CCXXXIV가 된다. 숫자를 적기도 불편하지만 계산을 할 때 번거롭기 그지없다. 그에 반해 아라비아 숫자는 100을 2번 적지 않아도 100의 자리에 2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200임을 나타내는 ‘위치적기수법’을 따르는데, 여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기발한 아이디어가 들어있다.
뿐만 아니라 인도는 0을 본격적인 수로 인정하였는데, 이는 인도가 불교의 발원지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불교에서 중요한 개념 중에 하나는 비어있다는 공(空)인데, 인도에서는 공의 아이디어를 수로 표현한 0을 하나의 수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중세에 꽃피웠던 인도 수학의 맥을 이은 사람은 20세기 초의 전설적인 수학자 라마누잔(Ramanujan, 1887~1920)이다. 영화 ‘굿 윌 헌팅’에 보면 윌의 천재성을 라마누잔에 비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는특히 정수론 분야에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정규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라마누잔을 발탁해 영국 왕립 회원이 되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한 영국의 수학자 하디(Hardy)와 라마누잔 사이에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온다.
라마누잔이 병석에 있을 때 하디는 문병을 갔는데, 자신이 타고 온 택시 번호 1729가 별 특징 없는 수라고 말했다. 사실 하디는 1729가 133×13이기 때문에 1729의 약수로 13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려서 그런 언급을 했다. 그런데 라마누잔은 몸져 누워서도 "아니, 1729는 특별한 수입니다. 1729는 9와 10을 각각 세제곱한 수의 합(729+1000)이자, 1과 12를 각각 세제곱한 수의 합입니다 (1+1728). 따라서 두 가지 다른 세제곱의 합으로 나눌 수 있는 최초의 수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수에 대한 뛰어난 직관력을 가진 두 수학자의 면모를 보여주는 일화이다.
라마누잔은 자신의 노트에 마방진(魔方陣)을 하나 남겼다. 마방진이란 가로와 세로와 대각선에 있는 수의 합이 같도록 정사각형 모양으로 수를 배열한 것을 말한다. 라마누잔이 남긴 마방진의 첫 줄에 있는 22 12 18 87은 그의 출생 년도인 1887년 12월 22일을 뜻한다. 이 마방진을 보면 역시 수학의 귀재답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지탱하고 있는 상당수가 인도인이며, 인도의 델리대는 IT 분야에서 세계적인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요인으로 인도가 여러 교과 중 수학을 유난히 중시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지만 이공대 우대 분위기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의사보다도 엔지니어를 선호하여 많은 엘리트들이 엔지니어를 지망한다니, 우리의 입장에서는 단지 부러울 따름이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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