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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위헌 결정의 진짜 得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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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위헌 결정의 진짜 得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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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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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이 관습헌법상 위헌이라고 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은 많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위헌 결정이 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고, 특히 충청도 주민들이 느낀 당혹감은 엄청나다.겉으로 보면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여당과 청와대는 타격을 입고 야당은 이득을 얻은 듯하다. 위헌 폭풍의 여진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이 시점에서 헌재의 결정이 진정으로 가져 올 사회적 영향이 무엇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에 미친 영향을 보자면 헌재는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이득을 가져다 주는 고도의 정치적 선택을 했다고 보아야 한다.

우선 여당과 청와대의 입장에서 계산해 보자면, 수도 이전은 거기에 드는 막대한 재정과 이전으로 피해를 보게 될 서울, 경기, 강원 지역 국민들의 정치적 반발을 무릅써야 하는 엄청난 도박이었다. 수도권 집중 분산과 지역 간 균형발전에 반대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지만, 현 정권은 경제적 난제가 산적한 지금 시점에서 수도 이전이 어째서 최우선 정책 과제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충청 지역의 지지 이반을 생각하면 수도 이전 연기 또는 백지화는 더욱 더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현 정권으로서는 참으로 조조의 계륵이었다.

이러한 딜레마를 헌재는 위헌 결정으로 일시에 해결해 준 것이다. 현 정권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위헌이라니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이로 인한 정치적 타격과 충청권의 반발은 어쩔 수 없겠지만 수도 이전을 현실화시켰을 때 생길 파장과 저항에 비하면 감수할 수 있는 것이다.

야당에 준 이득은 더욱 명백하다. 당내 갈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수도 이전 문제를 헌재가 풀어준 것이다. 나아가 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을 헌재가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제반 개혁 입법에 대해서까지 위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기세를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헌재의 결정은 충청권 주민에게만 일방적인 피해를 주고, 여타 지역 주민과 정치권에는 이득을 준 것으로 끝나고 말 것인가? 중요한 것은 헌재 결정으로 정권에 대한 신뢰, 나아가 입법·행정·사법을 포괄하는 의미로서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의 제도적 토대를 이루는 것이다.

헌재의 위헌 결정이 있기 열흘 전 스웨덴 한림원은 노르웨이 출신 쉬들란 교수와 미국의 프레스콧 교수를 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 두 사람이 제시한 경제정책의 ‘시간상 일관성(time consistency)’ 이론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정책 실현에 대한 신뢰가 재정, 통화정책, 그리고 인플레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즉, 개인과 기업은 정부 정책의 비일관성을 미리 예측하고 현재의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소비와 저축 등의 경제적 결정을 한다는 얘기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성장을 수반하지 않는 인플레이션, 조세 정책의 실패 등이다. 두 사람은 신뢰가 갖는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을 이론적으로 증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에 대한 신뢰, 정부에 대한 신뢰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번 헌재의 결정은 정부의 정책 능력에 대해 심각한 손상을 가져다 주었다. 이는 단지 여당과 청와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야당 또한 정치적 타협이 아닌 위헌 소송을 통해 여당의 정책을 좌절시키려 한다면, 향후 똑같은 방식으로 상처를 입을 수 있다. 헌재의 의도와 신뢰마저 의심받고 있는 마당에 이러한 전략은 정치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켜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불안만을 가중시킬 것이다.

정하용 경희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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