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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삼권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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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삼권분립

입력
2004.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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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 대통령은? 보기 1번 조지 워싱턴, 2번 조지 부시. 이렇게 싱거운 객관식 상식 퀴즈를 가끔 본다. 웃음이 나오지만, 진짜 상식을 테스트하려는 게 아니라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목적이니 탓할 건 없다. 어쨌든 국회가 입법한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선언한 것은 삼권분립을 훼손한 잘못이라고 떠드는 이들에게 이런 퀴즈를 던지고 싶다. 삼권분립의 뜻은, 1번 국회가 만든 법을 사법부가 무효화할 수 없는 헌법원리, 2번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사법부가 견제하도록 하는 헌법원리, 이 가운데 어느 게 맞느냐고 묻고 싶은 것이다.■ 미국 대통령을 알아맞히는 퀴즈보다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1번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백과사전을 찾아보는 게 좋겠다. 사전의 풀이는 이렇다. 국가권력을 입법 행정 사법으로 나누어 각기 독립기관에 맡겨 견제와 균형관계를 유지, 입법 행정 등 정치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려는 헌법원리다. 이 정도는 초등 교과서에도 나오는 것이니 더 읽어보자. 삼권분립의 구체적 형태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최종적 해석권, 즉 위헌법률심사권과 탄핵심판권을 갖는 경우는 사법부를 입법 행정부보다 우월한 지위에 두는 권력분립 형태다.

■ 사법부가 우위라는 대목이 생소할 수 있다. 헌법의 통치조직 형태를 그렇게 만든 것에 좋아라 하고서도, 헌법 인식은 과거에 머문 탓이다. 정치권력에 대한 사법적 통제 필요성이 날로 커진다면서도, 정작 헌재의 위상과 중요성은 소홀히 여긴 때문이다. 그러면서 삼권분립 정신을 떠드는 것은 스스로 무지를 광고하는 셈이다. 정답을 알면서도 그런다면 악의적 선동이다. 수도이전 명분이 훌륭하더라도, 헌법과 헌법기관을 논하면서 선동적 논리를 동원하는 것은 헌법질서를 어지럽히는 짓이다.

■ 정치인들에게 헌법 상식을 일깨우는 글을 쓰기도 지겹다. 다만 그냥 보기 민망한 동업 언론의 글쓰기 행태를 지적한다. 대표적 진보 신문은 사설에서 국회 입법의 정당성을 헌재가 확인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의회 민주주의의 위기를 자초하는 일인 양 썼다. 특히 여야 합의로 만든 법을 헌재에 들고 가 허락받는 꼴은 국회 권능을 부정하는 난센스라고 주장한다. 이게 오히려 몰상식하다. 보수언론의 선동적 논리를 ‘찌라시’라고 욕하면서, 스스로 ‘삐라’ 수준의 글쓰기를 서슴지 않는 모습은 서글프다. 찌라시와 삐라 같은 논리가 보혁다툼을 주도하는 풍토에서 글을 쓰는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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